경제계가 올해 국정감사에도 어김없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되는 바람에 적지 않은 경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분초를 다투는 CEO가 국감장에 종일 불려나가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잦아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 지장을 준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감에만 무려 20여명에 달하는 CEO급 인사들이 불려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에선 최치훈 삼성물산·조대식 SK㈜·조현준 효성 사장, 금융권에선 외환은행장 출신의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안전행정위원회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를 증인으로 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감장에 서게 된다.

대기업 관계자는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인데 정치인들이 본인 이름을 알리려는 '한건주의'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기업인으로서는 국감장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임원은 "경영을 하려면 일분일초가 급한데 국회에 불려와 종일 대기하다 집에 갈 때는 정말 속으로 화가 난 적이 있다"면서 "증인 채택을 하려면 정말로 필요한 사람만 불렀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감 대책회의를 통해 일부 상임위에서 일반 증인 채택을 완료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국정감사 증인이 정치 흥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목적을 위해 기업인 망신주기식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국회의 과잉이자 월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인사는 "최근 몇년간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 창피를 주거나 장시간 대기하고 질문 하나 정도 하고 끝내는 일이 많다"면서 "기업으로서는 국감장에 불려가는 것만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만큼 증인이나 참고인 신청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국감을 진행하면서 충분히 논의를 못하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부르는 것 같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지 실추가 걱정되고 국감을 준비해야 하니 경영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인은 본연의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국감은 국정에 대한 감사이지 기업인에 대한 감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