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지와 공동인터뷰를 하고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지와 공동인터뷰를 하고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새로운 비서실장이 인선되면 대통령과의 회담을 정식으로 제안하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지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우리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대통령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의논할 필요가 있다”며 “민감한 정치 현안은 일단 제쳐놓고 경제 안보 등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과제부터 풀자”고 했다.

문 대표는 최근 경제 정당을 표방하면서 경제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탈(脫)이념’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이지만 여권의 경제 활성화 방안과 현격한 시각차가 있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무상복지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무상이라는 표현부터가 잘못입니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데 무상이 어디 있나요. 보편과 선별 논쟁도 현실에서는 무의미합니다. 의료 보육 교육은 보편으로, 특별한 계층을 위한 복지는 선별로 하면 되지요. 우리나라 복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지금 복지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은 비만한 사람이 다이어트하는 걸 보고 영양실조인 사람이 따라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복지를 하려면 돈이 듭니다. 세수 결손이 심각합니다.

“세수 결손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부자 감세’입니다. 그것부터 바로잡아야 하는데 복지를 줄이자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 실패를 서민·중산층에 전가하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는 ‘저복지’ 상태이고 일반 국민은 ‘중부담’, 고소득자·대기업은 ‘저부담’ 상태입니다. 전체적으로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아니라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려야 합니다.”

▷증세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최우선적으로 조세 감면을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2013년 기준 국세 감면율이 30조원에 달합니다. 대부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갔지요. 이것만 바로잡아도 세수를 상당히 높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순이익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한해 이명박 정부 시절 낮아진 법인세율(25%→22%)을 원래대로 되돌리면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주장했습니다.

“복지를 확대해야 하고 재원도 마련해야 하지만 임의로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은 이르다고 봅니다. 부자 감세 철회와 법인세 정상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등으로 복지 재원을 우선 마련해야 합니다. 목적세 신설이나 보편적 증세 등은 그 이후에 국민적 동의를 거쳐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기업이 못 견딘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연평균 10% 이상 올랐습니다. 그 때문에 기업이 도산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설계만 잘한다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크게 보면 기업을 살리는 길이지요.”

▷부동산 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마다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도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올리면 당장 집 가진 분들은 좋지만 전체적으로 경제에 주는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하향 추세로 가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전·월세만큼은 확실히 잡아줘야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지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지나고 보니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를 좀 더 일찍 사용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정책이 도입된 노무현 정부 후반 이후부터 부동산 가격이 잡혔거든요. 이명박 정부 때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를 맞았지만 우리나라로 전이되지 않았던 것도 그 덕분이었지요.”

▷집권한다면 종합부동산세를 재도입할 것입니까.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고 자동차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다만 종부세를 일반 재산세와 별도로 특별세처럼 만들었는데 그게 조세 저항을 불러왔지요. 만약 일반 보유세 체계 속에 넣어 도입했다면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전·월세 상한제는 정부·여당이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많다며 반대하는데요.

“그렇게 말하려면 정부 정책이 성공했어야죠. 집값 대비 전세가율 90%가 넘는 ‘미친 전셋값’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왜 야당 조언을 무시하는 건가요. ‘부동산 3법’을 (박 대통령께서) ‘불어터진 국수’라고 비판하셨는데 결과는 전셋값이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입니다. 기존 경제성장 패러다임으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사회적 합의가 안 돼 있지요. 최경환 부총리도 취임 초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한 적이 있지만 전혀 실천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건지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의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감한 정치 현안은 제쳐놓고 경제 안보 등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과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이 되면 우리가 먼저 정식으로 회동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나 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까지도 얼마든지 만나서 경제에 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기업도 야당이 반기업적일 것이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