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7·14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내 주류 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의 분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던 친박계가 당권 주자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놓고 ‘서청원계’와 ‘김무성계’로 나뉘는 양상이다.
당권 앞에서…갈라지는 親朴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원조 친박’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각각 친박 주류와 친박 비주류로 분류된다. 7선인 서 의원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연대를 결성해 대표로 활동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친박 핵심’으로 불린다.

5선인 김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좌장 역할을 한 ‘원조 친박’이다. 하지만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친박 핵심에서 멀어졌다. 2012년 대선 때 다시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지만 친박계 주류와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까지 당권 경쟁을 친박(서청원) 대 비박(김무성) 싸움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내가 친박 원조다. 날 비박으로 분류해 가지치기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하고, 친박계 내에서도 김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구도가 깨지고 있다.

김 의원 캠프 관계자는 “친박계 주류 중 알게 모르게 우리 쪽에 협력하는 사람이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당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친박 인사 중 몇몇은 김 의원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친박 주류인 홍문종 의원이 16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한 것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은 당초 15일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같은 날 서 의원, 최 의원 등과 긴급 회동을 했다.

홍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서 의원과 최 의원)에게 오늘 출마 선언을 한다는 말씀을 드린 거지 특별히 교통정리를 하거나 이런 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서 의원과 최 의원이 친박계 표가 갈릴 것으로 예상해 홍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했고, 홍 의원이 이에 반발해 출마를 강행했다는 얘기도 있다. 당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친박 핵심으로 자리잡은 홍 의원이 이번 일을 계기로 서 의원과 소원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1인2표제여서 한 표는 서 의원에게 주고 다른 한 표는 홍 의원에게 주면 결과적으로 친박 주류 세력의 표가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박계 주류인 김을동 의원이 출마했지만 다른 여성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최고위원에 뽑히기 때문에 굳이 김을동 의원에게 표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인 김영선 전 의원, 비박계인 나경원 전 의원 등도 출마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여성 후보가 나올 경우 서 의원과 홍 의원의 경쟁 구도는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