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노린 납치 가능성 높아…'몸값' 협상 이뤄질듯

정부가 리비아에서 납치된 한석우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의 안전을 확인함에 따라 한 무역관장의 피랍 사태가 납치범과의 협상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 무역관장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하지는 않고 있으나 한 무역관장의 안전이 확인된 것을 볼 때 납치세력과의 직간접적인 접촉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정치적 목적의 테러 행위라고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 점은 이번 피랍이 당초 우려됐던 알카에다 연계조직에 의한 정치적 목적보다는 리비아에서 그동안 많이 발생해 온 금품 등을 노린 납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납치가 정치·종교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금품을 위한 납치일 경우 앞으로 몸값을 둘러싼 물밑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동지역 전문가는 "내전 이후 잔당 세력이 할거하는 리비아에는 총기도 민간에 많이 나와 있는 상태"라면서 "너무 테러단체 소행으로 보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납치를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테러단체가 아직 나오지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만약 이번 피랍 사태가 협상 국면으로 넘어갔을 경우 사태 해결의 열쇠는 납치범의 요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납치범의 요구가 비현실적인 액수일 경우 이를 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2012년에 최종적으로 풀려난 제미니호 사건이 최장기 피랍 사건이 된 것도 이런 이유다.

납치범을 상대로 한 직간접적인 압력도 협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정부가 리비아에서 납치 문제를 처리한 경험이 있는 국가나 리비아 인접국가, 리비아 내의 바공식 조직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접근 루트를 개발하는 것도 이런 목적으로 보인다.

다만 납치범의 요구 사항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피랍 사태의 진행 방향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돈을 목적으로 해도 처음에는 정치적 이유를 내걸 가능성도 있고 납치범들이 예상과 달리 처음 내건 정치적 이유를 고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다른 전문가는 "실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사태가 최종 해결 단계에 가야 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