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입장만 변호'…헌재소장 공백사태 장기화 외면

정치권과 여론의 사퇴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버티기'가 계속되면서 헌재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헌재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 개인의 '고집' 때문에 사법부의 양대축인 헌재의 위상이 저하될지 우려된다며 조속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22일 국회 인사청문회 후 보름여 동안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 후보자는 6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후보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진사퇴 여부에 대해 "지금 이런 상태에서 자진 사퇴하면, 그 사이에 제기된 의혹을 사실인양 인정하는 그런 꼴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그런 입장에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특정업무 경비 사적 유용과 관련해서는 "재임 중에 받았던 금원은 전액 사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이런 입장이 전해지자 이미 보름 넘게 소장 공백사태를 겪고 있는 헌재 내부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이미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는 헌재 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헌재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를 소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다른 헌재 관계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를 단 한푼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고 모두 공적 업무에 썼다고 해명했는데 어디서 3억원을 마련해 환원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 후보자 스스로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이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로서 검증을 받는 상황임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일종의 '언론플레이' 식으로 자신의 입장만 변호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 거부 의사가 전해지면서 이날 경기도 분당 이 후보자의 자택 앞에는 언론사 10여곳의 취재진이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이 후보자는 이를 무시한 채 버티기로 일관했다.

일부 방송사 기자들이 이 후보자 자택 앞에서 취재를 시도하던 중 아파트 경비원들과 충돌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으나 이 후보자는 자택의 불을 끈채 외부 상황에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측에서 신고가 들어와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나왔다"며 취재진을 둘러본 뒤 현장을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