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통상가 500m 이내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출 금지'범위가 1㎞로 대폭 강화된다. 법 적용이 끝나는 일몰 시한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통상가와 가까운 골목상권 지역으로부터 1㎞ 이내에는 SSM이 진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을 처리했다.

지난해 11월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500m 이내로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을 처리한 지 6개월 만에 여야가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처리와 SSM법을 사실상 맞바꾼 것이다.

SSM법안이 이날 전격 처리된 것은 FTA체결에 따른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SSM 규제범위의 대폭 강화를 주장한 야당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FTA 이후 영국 테스코 등의 공격적인 진출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골목상권 보완책 차원에서 규제 폭을 넓히고 일몰기간도 연장했다"며 "골목상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예정에 없던 SSM법안이 한 · EU FTA 비준동의를 이유로 6개월 만에 또 다시 개정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FTA 볼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 일부 수뇌부가 FTA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SSM규제 강화를 통해 당내 반발을 무마한 모양새다. 여당은 SSM법 양보로 비준안 통과를 보장받았다.

김재경 한나라당 지경위 간사는 "유통법은 이번 한 · EU FTA비준안과 크게 상관이 없지만 국회 처리에 앞서 무언가 얻어내려는 야당의 요구에 비준안 처리를 원하는 정부 여당이 동의해준 대가성 거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FTA체결 이후에는 추가 보호무역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한 '스탠드스틸'조항을 감안할 때 EU 측으로부터의 소송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병철 지식경제위 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엄밀히 법적으로는 테스코가 있는 영국 정부가 스탠드스틸 조항으로 소송을 제기할 순 있지만 다른 서비스 개방폭이 크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며 "문제는 1㎞로 늘리고 5년으로 연장하더라도 근본적인 골목상권 보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SSM법안은 한 · EU FTA비준안과 함께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나 야당내 반발이 막판 변수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