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 공무원들 안됐네,이렇게 좋은 청사를 판다니…."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지난 12일 '모라토리엄'을 전격 선언해 하루종일 뒤숭숭했던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 성남시 청사.민원업무를 마치고 이날 오후 7시반께 건물을 빠져나오던 한 시민은 함께 걷던 일행에게 이같이 비꼬듯 말했다. 이 시장이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부채 상환을 위해 3200억여원을 들여 지은 시 청사를 매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호화 청사'로 물의를 빚던 성남시가 결국 채무지급유예를 선언한 데 대해 시민들의 눈총은 따갑다. 13일 성남시청을 찾은 주부 이영순씨(56 · 분당구 이매동)는 "지난 5월에 처음 청사에 왔는데 외국 호텔 같아서 깜짝 놀랐었다"며 "성남 주거지역은 점차 노후화되고 있는데 청사만 호화롭더니만 모라토리엄이라니 황당하다"고 불쾌해 했다.

시의 재정 파탄을 차마 믿지 못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분당구 서현동 델타공인중개사무소의 조창현 대표는 "부자 지자체인 성남시가 진짜 재정이 파탄났겠느냐.위례신도시 사업권을 가져오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고 의아해했다.

이재명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김구성씨는 "사전에 시민들에게 충분한 고지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발표해도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부채 상환 계획에 대해서도 일부 시민들은 의구심을 표했다. 수정구 수진동에 사는 회사원 송충현씨(29)는 "청사 부지가 LH 소유라던데 진짜 매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송씨는"일반인도 빚지면 갚으려 최선을 다하는데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된 지자체장이 노력을 다해보지 않고 나자빠지는 법이 어딨냐"며 이 시장의 행태를 비난했다.

시민 반응 중에는 청사를 지나치게 호화롭게 짓고 판교특별회계 예산을 전용한 이대엽 전 시장을 비판하는 의견도 많았다.

성남시민들의 이 같은 성난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날 청사 내부 곳곳에 마련된 배드민턴장 크기의 정원에서 성남시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가롭게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