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류우익 '베이징 채널' 가동?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내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놔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30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도 있기 때문에 곧바로 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랜드바겐(일괄타결)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다소 회복됐다"고 밝혔다. 남북 간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나오는 이유다.

◆비밀접촉은 어느 라인?

지난해 10월 임태희 노동부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간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이 공개된 이후에도 남북 간 은밀한 채널 가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베이징 라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부임한 류우익 주중 대사를 지칭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복심인 류 대사가 주중 대사로 간 것 자체가 모종의 임무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실제 류 대사는 지난해 말 부임 직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이 대통령의) 당부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임-김 라인이 공개되면서 이 대통령은 국정원을 공식 대북 접촉 창구로 삼도록 했다. 지난해 말 김숙 1차장 중심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은 이런 정황과 관련이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임-김' 접촉과 같은게 있나라는 질문에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등과 같은 것은 없다"면서도 "있다고도,없다고도 할 수 있다"고 피해 나갔다.

◆"올해 넘기면 힘들어"

이 대통령이 연이어 남북 문제에 대해 진전된 발언을 내놓는 데는 올해 중에 큰 진전을 이뤄내야 하는 급박함이 자리하고 있다. 정권 중반기를 넘기면 새롭게 뭘 시작하는 게 어렵다. 오는 4월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5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가 분기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한반도 주변은 더 경색국면을 맞을 수 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남북관계는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