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7일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정부를 믿어줄 것을 당부했다.

◆"세종시 수정 죄송하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내 임기 중에 행정부처를 옮기는 것이 아니니 원안대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자고 일어나면 그래서는 안되지 하고,여러 번 생각을 번복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저를 아끼는 사람들은 임기 중에 (행정부처를)옮기는 것도 아닌데 차기 대통령에게 맡기라고 하고,또 어떤 사람들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일하면 안 된다.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에서)충청도에 가서 유세를 할 때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말을) 했는데 선거일에 가까워지면서 말이 바뀌어졌다. 그래서 이미 결정된 것은 그대로(원안대로) 하자고 했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 세종시를 수정 추진하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처 나누는 게 균형발전 아니다"

이 대통령은 부처이전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경제부처 장관 등과 일주일에 서너 번 회의하고,국무회의도 정기회의 한 번,임시회의 한 번 그렇게 해왔는데 9개 부처를 옮겨놓고 나면 대통령 혼자 서울에서 어떻게 일하겠나"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 어떤 나라도 수도를 분할한 나라는 없다. 독일 한군데 있는데 특수한 경우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한국이 새삼스럽게 수도를 분할하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총리를 중심으로 정부가 안을 내고 있다. 총리에게도 얘기했다. 원안보다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이 정부 안을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치권 협조해달라"

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계 등 반대세력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이 자리가 정치적 행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는 아니다"면서도 "참고로 한나라당은 주류,비주류가 없다"고 했다. "저는 수정안을 내면서 정치적으로 훨씬 더 불리한 입장에 섰다.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되지만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진지하게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을 해달라.합심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정치권에 협조를 당부했다.

◆"원안으론 자족도시 안된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이 지역간 균형발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안인 행정중심도시로 하고 중앙부처를 반으로 쪼개는 것이 과연 균형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족도시를 만들려면 생산,소득,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며 "행정부처를 9개 옮겨 공무원 1만4000명이 간다고 해도 주민들이 할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행정부처 이전으로는 실질적 자족도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 이 대통령은 "기업이 들어간다면 기업이 고용할 때 여기서 피해 입은,보상을 적게 받은 분들의 자제분과 젊은 분들이 일할 기회가 생긴다"고 밝혔다.

◆"세종시 블랙홀 아니다"

세종시가 다른 지역으로 갈 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종 안이 나와야 정확히 답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지역에 갈 것이 세종시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많은 혁신도시,기업도시를 만들면서 기업이 옮겨가는데 이들 기업이 그런 계획을 취소하고 세종시로 옮겨오지 않을 것이고 정부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혁신도시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충남 연기 · 공주 지역에 살다가 타지로 이주한 주민들에 대해 지원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살고 있던 분들이 보상을 받고 나갔다. 얼마 보상을 받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정부는 손해보고 나가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총리실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구동회 기자/김유대 인턴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