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간의 양자대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에 관한 북미 간의 조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을 방문 중인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의 표정이 밝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리 국장은 JFK공항에서나 24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성 김 북핵특사와 회동을 마친 이후에도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리 국장은 24일 맨해튼의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서 성 김 특사와 1시간 가량 만난 뒤 건물을 나오면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먼저 인사를 건냈다.

리 국장은 "성 김 특사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한 뒤 무슨 내용을 논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두고 보자"며 말을 아꼈지만 표정이 어두워 보이지는 않았다.

리 국장과 이날 북미 회동에 동행한 북한의 뉴욕채널인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의 표정이나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리 국장은 전날 JFK 공항에서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미국 방문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교환하러 왔다"고 하는 등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더라도 질문 자체를 피하지는 않았다.

또 공항을 나갈 때는 기자들에게 26~27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다녀온 뒤 다시 보자며 "수고하라"는 말도 남겼다.

특히 공항에서 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자신을 취재하느라 뒷걸음을 하는 과정에서 도로 턱이 나타나자 기자들이 넘어질 것을 걱정한 듯 "거기 조심하라"고 챙기기도 했다.

리 국장의 이런 모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던 작년 11월 4일 뉴욕을 방문했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밝고 부드럽다.

리 국장은 당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미 정부 관계자을 만나 북핵 해법을 논의하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토론회 등에도 참석했지만 지금보다는 경직된 모습이었다.

리 국장은 당시 "(새 정부가) 대화를 추구하면 대화를 할 것이고, 고립을 추구하면 그에 맞설 것"이라며 북미관계는 미국이 하기에 달렸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전했었다.

그러나 리 국장은 이번 방문에서는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이날 리 국장은 성 김 특사와 만나러 건물에 들어갔다 1시간 정도 있다 나왔고 인사 등 격식을 감안하면 실제 대화 시간은 40~50분 정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의 장소와 상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약속 등 큰 현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여온 북미가 모처럼 마주 앉은 자리치고는 짧게 끝난 셈이다.

이것이 이미 뉴욕채널을 통한 물밑 접촉 덕에 리 국장과 성 김 특사가 입장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짧게 끝난 것인지, 아니면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만 것인지, 탐색전만 하고 추가 접촉을 통해 다시 논의를 해야하기 때문인지 등은 확실치 않다.

이날 성 김 특사는 회동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건물을 빠져나갔고, 국무부는 이후 성 김 특사가 북한의 비핵화와 6자회담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리 국장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놓았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미국에서 북미가 만났을 경우 말을 아끼는 북한 대신 미국측 참석자가 언론에 좀 더 설명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측도 말을 아낀 것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 들어 첫 북미 대화 개최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미국이 그동안 보여운 신중한 태도의 연속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리 국장도 이날 대화내용에 대해 "두고 보자"고 말한 것을 보면 미국측이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뜻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측이 모습이 밝아보이는 것은 그동안 북한의 6자회담 선복귀 등을 요구해온 미국의 오바마 정부와 단절됐던 양자 간의 만남이 이번 리 국장의 방미를 계기로 자신들이 바라던대로 사실상 물꼬를 텄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 국장은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26~27일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한 뒤 뉴욕에 돌아와 30일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북한문제 토론회에 참석하고 11월2일 미국을 떠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리 국장의 방미 기간에 미국과의 추가적인 양자 회동이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