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핵문제 등과 관련, 대외적으로 강경한 언행을 할 때면 그것을 전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등 공개행보가 활발한 것으로 보도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유엔주재 상임대표의 이름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고 언론보도를 통해 발표한 4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성진제강연합기업소와 김책대흥수산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는 김 위원장이 과거와 달리 '잠수'하지 않고 도리어 보란 듯이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방문해 발사과정을 지켜봤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발해 북한 외무성이 4월14일 성명을 통해 "6자회담 불참 및 핵시설 원상복구"를 천명한 날에는 고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을 맞아 평양 대동강변에서 열린 대규모 축포 야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해 군중과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그는 4월29일 외무성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경수로발전소 건설과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 등을 대외 압박 카드로 흔든 시점엔 함경남도 낙원군 서중중학교를 시찰한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 외무성이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조금도 변화가 없다"며 "핵 억제력 강화"를 언명한 5월8일엔 그는 자강도 희천시의 공장, 기업소에 대한 현지지도에 나선 것으로 보도됐고, 같은 달 25일 제2차 핵실험과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때를 같이 해선 군인들의 예술소품 공연을 관람한 후 평안남도 안주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시찰햇다.

6월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한 데 대해 이튿날 북한 외무성이 "우라늄농축 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봉쇄시 군사적 대응" 등 대응조치를 선언한 때에 그는 이례적으로 동부전선의 북한군 제7보병사단 지휘부를 시찰했다.

7월 초에도 북한이 함경남도 신상리서 동해 상으로 100km 단거리 지대함 미사일 4발을 발사한 데 이어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에서 미사일 7발을 발사한 직후 그는 평안북도 대계도간석지 건설장을 찾은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지난 2003년 1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과 3월 이라크전 발발을 전후해선 50일간 장기 `잠수'했었고,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40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