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대표직을 달고 선거에 나갈 경우 정권 심판론과 직결될 수 있다'는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적에 "떳떳하게 심판받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박 대표는 13일 경남 창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는 이 정권의 창출에 크게 기여했고 1년2개월간 집권 여당을 운영했으니까 심판을 받으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특히 이날 출마 지역인 양산과 가까운 부산을 방문하면서 당선을 위해 지원이 절실한 김무성 허태열 유기준 이진복 현기환 김세연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을 대거 대동해 세를 과시했다.

자신의 출마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는 양산 재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한 뒤 후반기 국회의장직을 맡아 정치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한다"면서 "이러한 의지를 대통령도 꺾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대표직 사퇴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자신의 모태인 친이계에 등 떼밀리 듯이 사퇴하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전략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의 전제로 제시한 '사전 정지작업'에 대한 질문에는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만 몇 가지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최근 당권과 재선거 공천권 등을 놓고 친이재오계 · 친박계 · MJ(정몽준)계의 물밑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각 계파의 합의로 박 대표의 공천이 확실해지는 시점을 정지작업이 끝나는 시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자파 후보군인 김양수 전 의원과의 '교통정리'도 사전 정지작업에 포함될 수 있다. 박 대표는 김 전 의원의 출마 선언에 대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는지 늘 생각하고 있다"며 교통정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오는 17일 주소를 경남 양산으로 옮겨 재선거에 본격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 · 창원=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