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드라이브 주도 정대표 4일만에 단식 중단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야당 지도자로서힘의 한계를 다시한번 절감했다.

지난 19일 미디어법 결사저지를 내걸고 단식농성 카드까지 꺼내들며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던졌지만 22일 미디어법의 강행처리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Mr.스마일'이라는 트레이드마크를 던지고 연말·연초 1차 입법대치 사태 때부터 강경 이미지로 변신한 정 대표는 이번에도 "백기투항은 없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이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단식농성까지 불사한 것도 극한적 투쟁방식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결국 수적 열세에 밀려 미디어법 저지에 실패하는 상황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날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여론의 조명을 덜 받은 측면도 없지 않았다.

단식농성 나흘째로 수염도 깎지 않은 초췌한 모습으로 이날 나타난 정 대표는 미디어법 처리 후 열린 긴급 의총에서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대여 투쟁 장소를 `장외'로 옮겨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주도해 가며 `제1야당 리더'로서 다시 자리매김하는 시도를 통해 정면돌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이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또다시 배수진을 쳤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4.29 재보선 당시 정동영 의원과의 공천 갈등 과정에서 `19대 호남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 이미 어느정도 기득권을 버린 상태이다.

당 일각에서 책임론이 불거질 소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단 대여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높아 오히려 당 차원에서 정 대표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정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의 여론을 수용, 단식을 중단키로 했다.

비록 역부족으로 법안 `사수'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미디어법 저지에 올인했던 모습을 명분으로 향후 예비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자양분은 확보했다는 평가가 당 일각에서 나온다.

정 대표는 의총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밖으로 나가 이 정권의 잘못을 단호히 심판하고 언론악법이 국민의 힘으로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싸워 승리하겠다"고 결기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