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마지막 채널 단절은 부담'..北 `안보적 함의'감안한듯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남북이 정치.군사적으로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공단의 생명력을 확인시킨 자리였다.

북한이 직전 회담에서 근로자 임금 및 토지임대료와 관련,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불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뒤라 협상이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 12일 한국의 적극적인 관여 하에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되고 이어진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대북 압박을 위한 철저한 공조를 다짐한 만큼 북한이 남북관계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 마저 닫는 초강수로 맞설 가능성도 일각에서 점쳐졌다.

그러나 회담결과는 이런 예상과 다소 달랐다.

억류 근로자 문제와 임금.토지임대료 인상 등 핵심쟁점에서 양측은 평행선을 그렸지만 제3국 공단 합동시찰(남), 공단 통행제한 해제 카드(북) 등을 상호 제시하면서 공단 유지에 대한 의지는 확인했던 것이다.

양측은 또 다음 달 2일 다시 만나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처럼 개성공단이 지난달 북측의 `공단 관련 기존계약 무효화' 선언으로 조성된 `존폐위기'에서 한숨 돌리게 되면서 전문가들은 남북 모두 현 단계에서 공단을 접는데 따른 부담을 감당하지 않으려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양측 모두 만약 공단을 접을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 `적기' 였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다.

우선 우리 정부는 억류자 문제로 인해 현지 체류자의 신변안전 위협이 커진데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돈줄을 옥죄려는 상황인 까닭에 공단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개성공단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데 외교력을 집중시켰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끝낼 경우 100여개 입주 기업들이 부담해야할 손실이 크고 남북간의 마지막 대화 채널마저 사라지는 데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한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과거 정부시절 시작된 남북간의 교류협력사업 중 사실상 마지막 남은 개성공단 마저 끊길 경우 그 상징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도 정세 악화를 공단 폐쇄의 명분으로 삼으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때를 찾기 어려운 상황 인듯 했지만 다시 공단을 계속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결국 북한도 근로자와 그 가족 등 10만여명의 생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정한 사업이라는 상징성, 남측 근로자 1천여명이 상주하는 공단의 안보적 함의와 안정적인 달러 벌이 등을 감안, 아직은 공단을 닫을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최악의 경우라도 남측 인원을 얼마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국제제재 국면에서 돈줄이 꽉 막히게 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창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최근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교류협력의 장인 개성공단 마저 사라질 경우 남북간에는 그야말로 군사적 대치 밖에 남지 않는데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남북관계는 대미 협상의 종속 변수 정도로 여기고 있는 듯 하지만 미국과 장기간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 때 `남측과 정치.군사적으로 긴장은 유지하더라도 경제협력은 제한적이나마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했을 수도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이런저런 배경에서 당장은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을지라도 핵심 현안에 대한 남북간 입장차가 여전하기 때문에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어느 순간 북한이 `임금.토지임대료 인상안을 받든지 나가든지 택일하라'고 나올 경우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개성공단을 정치.군사 문제와 분리하는 기조 아래 공단 관련 대화를 하면서도 대남 군사적 긴장은 더 높여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