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원 방문여부.바위에 머문 시간 등 집중조사 방침

"수행 경호관 진술 명확하지 않은 부분 많다"..`부실수사' 지적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수사하는 경남경찰청은 서거 당일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출발해 투신하기까지 행적을 재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 모 경호관의 진술 내용 중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재조사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23일과 25일 2차례에 걸쳐 이 경호관을 대상으로 서거 당일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한 바 있다.

경찰은 이 경호관의 그동안 조사과정에서 진술했던 행적이 천호선 전 홍보수석이 이 경호관의 말을 빌어 밝힌 것과 서로 달라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23일 2차 수사결과 발표 때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6시 20분에서 45분까지 함께 부엉이 바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또 봉화산 중턱에 있는 사찰인 정토원에 갔던 부분은 빠져 있었다.

반면 천 전 수석은 25일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오전 6시 25분께 부엉이 바위를 출발해 30분께 정토원 입구 공터에 도착했다"며 경호관으로 부터 전해들은 상황을 전했다.

천 수석은 "정상 쪽을 향하다 발걸음을 돌려 6시20분께 부엉이 바위에 처음 도착, 5분 간 머문 뒤 정토원에 갔다가 바위에 다시 되돌아온 시각이 6시40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실제 노 대통령이 정토원에 들렀는지, 부엉이 바위에 머문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비롯해 시간대별로 노 전 대통령의 이동경로를 전면적으로 다시 밝히기로 했다.

경찰은 또 경호관이 사저를 나와 노 전 대통령의 투신하기까지 경호동 측과 주고받은 무전 교신 내용도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은 무선교신 내용이 녹음돼 있을 경우 당시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을 끝까지 수행했는지, 도중에 놓쳐버렸는지, 이동경로 등에 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MBC는 이날 저녁뉴스에서 당시 경호관이 `놓쳤다, 안 보인다'는 교신을 경호동과 했다며 투신당시 노 전 대통령이 경호원과 떨어져 혼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하는 한편 경호관이 당시 행적에 대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께 3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다가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다"며 무기한 연기했다.

이처럼 경찰이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초기에 당일 행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재조사에 나서 `부실수사'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운우 경남청장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밝히겠다"며 "수사가 미진한 점 인정한다.

그러나 보강할 부분이 많아 현재 발표한 단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경찰의 최종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종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갈 때 우리의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