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원내대표론'이 좌초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한나라당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의 입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내에서는 두 사람 모두 이 같은 화합책의 `숨은 지지자'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당 현안에 입을 굳게 닫은 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친박(친박근혜) 진영에 원내대표직을 맡기자는 당 화합 구상이 탄력을 받는 데 두 사람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이 진영내 `김무성 원내대표론'의 광범위한 확산이 이들 두 사람의 암묵적 동의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경제위기 극복,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루하게 이어져온 계파간 갈등을 종식, 당 화합 및 안정이 필수라는 게 두 사람이 갖는 공통된 인식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은 "지금 원내대표를 하겠다고 나온 사람도 있는데 내가 그것을 말하기는 어렵고 할 말도 없다"며 `친박 원내대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당 화합 차원에서 거론돼온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중진 의원들로 파급되는데 이 전 부의장이 일정한 힘을 보탰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 전 부의장이 지난 2월21일 부산을 방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이 지역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 화합에 발을 벗고 나서겠다"며 양 진영의 조정자역을 자임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이 전 부의장은 평소에도 `박근혜 대표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대해 이 전 부의장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4.29 재선거에 앞서 친박 성향 후보의 `사퇴 종용 논란'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의 수치"라고 말함에 따라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갈등 조정자역'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 역시 "침묵하는 것으로 돕겠다"며 계속해서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해 추석 전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실패 이후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한차례 제기됐을 때 이 전 의원은 "나쁘지 않다.

경선이 끝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 친이.친박이냐"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점에서 공론화가 이뤄진 현 시점에도 큰 입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전 의원은 당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기본적으로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이 친이 진영의 누구보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단초로 한 당 화합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앞서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말 이 전 의원의 귀국설과 관련 "우리(친박계)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전 의원이 김무성 카드에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정치 복귀와 연결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10월 재보선을 통한 정치활동 재개를 꾀하는 이 전 의원으로서는 양측의 갈등 격화는 공천 과정의 장애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