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본궤도에 오른 검찰의 참여정부 사정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 인사의 권력형 비리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경제적 후원자, 오랜 친구, 정치적 동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검찰의 칼날에 우수수 잘려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 변론'이라는 그만의 방식으로 적극 방어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의 조준경은 노 전 대통령에게 빠르게 맞춰지고 있다.

◇`3자 회동' 주역 모두 구속 = 21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구속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되면서 `노무현의 남자들'이라고 불렸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 전 비서관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 3인방이 차례로 모두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의 퇴임을 반년 앞둔 2007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사업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 강 회장의 주선으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서 모임을 가졌던 `3자 회동'의 주역이기도 하다.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경제적 후원자인 기업인 2명과 노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며 그의 복심을 꿰뚫었던 최측근이다.

이 모임에서 박 회장은 500만 달러를 내놓겠다는 제안을 했고 강 회장은 회동 한 달 뒤 봉하마을의 환경사업을 추진하는 법인 ㈜봉화에 5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검찰의 참여정부에 대한 사정수사로 구속되는 처지가 돼 노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이 3자 회동은 불행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검찰은 3자 회동에서 500만 달러 출연을 거부당한 박 회장이 이후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같은 금액을 투자금 조로 송금했다는 점에서 결국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휴켐스 인수 금품 로비 사건 등으로 가장 먼저 구속기소됐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대전지검에 구속된 강 회장은 50억원을 투자하고 이듬해 20억원을 더 내놨는데 검찰은 이 돈이 그가 소유한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횡령한 자금에서 나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 회동이 있기 훨씬 전 박 회장에게서 백화점 상품권 1억원 어치(2005년 1월)와 현금 3억원(2006년 8월)을 받고 국고 12억5천만원을 축낸 혐의로 마지막으로 구속됐다.

그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인터넷 변론으로 구속 위기를 한차례 모면했다가 또다른 혐의가 들통났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盧 패밀리' 추풍낙엽 = `박연차 태풍'에 노 전 대통령 주변의 인물들이 예외없이 `추풍낙엽' 신세가 되고 있다.

`노무현 패밀리'의 수난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우(右) 광재'로 널리 알려진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박 회장 등으로부터 2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됐다.

`좌(左) 희정'으로 불린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기업에서 불법 대선자금 6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아 2004년 12월 만기 출소했지만 박 회장에게서 상품권 5천만원어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고 강 회장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수사 리스트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도 참여정부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가 결국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박정규 전 민정수석은 박 회장에게서 상품권 1억원 어치를 받아 쓴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는 세종증권 매각 로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부산상고 동창인 정화삼씨가 같은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기소됐다.

건평 씨의 사위이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도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지난 10일 검찰에 체포된데 이어 검찰 청사를 수시로 드나들었고 아들 건호 씨는 이 자금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돼 수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와 사위의 계좌도 추적 중이다.

더욱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를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고 밝힌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자신을 직접 겨냥하는 검찰과 맞닥뜨려야 할 상황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