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환경노동위원회가 13개 국회 상임위 가운데 유일하게 법안심사 소위조차 꾸리지 못해 '문제 상임위'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사회적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18대 국회 들어 단 한 건의 쟁점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같은 당 정장선,이낙연 의원이 각각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식경제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왕성한 의안 처리로 상임위 활동 1,3위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환노위는 21일 상임위를 열고 24개 법안을 심사했으나 비정규직법을 비롯 최저임금법 개정안,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여야 시각 차가 큰 주요 안건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추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법안은 여야 간사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쟁점 법안의 상임위 상정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법과 관련,한나라당은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4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법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여론을 의식,정부안과 다른 '시행 4년 유예'를 들고 나오자 추 위원장은 '한나라당 당론부터 정하라'며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비정규직법 시행이 당장 7월로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해당 상임위에서 지난 1년 동안 '합의'를 내세워 소위조차 꾸리지 않은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18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1년간 상임위 의안 처리 비율이 12.9%로 비교 가능한 13개 상임위 가운데 10위로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이는 같은 당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인 지식경제위가 법안 처리 비율 51.1%로 1위를 기록하고 농림수산식품위도 36.1%로 3위에 오른 것과는 차이가 크다. 지경위의 경우 지난 2월 국회 파행 기간에도 여야 협의로 쌍용차 정상화 방안을 처리했으며 농림수산식품위도 최근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었던 농협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원만하게 통과시켰다. 여야 간 시각 차에도 불구하고 정파적 관점에서 벗어나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한 상임위 위원장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 위원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상임위 안건을 표결에 부친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위원장은 "당초 농협법 개정안도 MB악법으로 지정하자는 당내 목소리가 있었으나 '그러면 될 일도 안 된다'며 상임위에 일임해 달라고 요구한 게 운신폭을 넓혀줬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