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와 함께 형사처벌 가능성 연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의 실체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측이 작년 3월 이 사실을 알았다고 밝혀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연씨가 돈을 받은 점을 알게 된 게 사실이라면 수사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일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 등에 따르면 연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전달받은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노 전 대통령 측은 "봉하 쪽에서 답변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또 일부 언론은 `최측근'이 말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보도되기) 열흘 쯤 전에서야 알았다"고 이번주 초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3월께,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온 무렵에 그런 것(거래)을 알게 됐다"며 "투자이고 하니까 그냥 정상적 거래로 봐서 별 문제가 안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2007년 12월 연씨가 박 회장에게 500만 달러 투자를 부탁했고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다음 해 1월 타나도인베스트먼트라는 창투사를 설립해 다음 달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 홍콩계좌로 돈을 송금받았고, 노 대통령은 퇴임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측근들의 전언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말 바꾸기'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가 진행돼 사실관계가 드러나야 하겠지만 500만 달러의 실제 주인이 노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검토해 볼 수 있는 혐의는 `포괄적 뇌물죄', `제3자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연씨가 받은 500만 달러가 사실은 자신을 위한 돈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은 직무범위가 광범위해 명시적인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연씨를 통해 돈을 받았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고, 박 회장더러 연씨에게 돈을 주라고 한 혐의가 입증되면 `제3자 뇌물수수' 적용이 가능하다.

만약 문 전 실장의 말대로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 연씨의 거래를 나중에 알았지만 자신을 위한 돈인 줄 몰랐다고 한다면 도덕적 비난은 몰라도 사법처리는 할 수 없다는게 법조계 의견이다.

다만 측근들이 일제히 "퇴임 이후 알았다"고 밝혔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알았다는 점이 새로 드러난다면 `자신을 위한 돈인 줄 몰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공산도 있다.

또 재임 중 박 회장에게 사업상 도움을 주는 등 직무상 부정한 행위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수뢰후부정처사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밖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는데, 만약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신당 창당 준비자금이라고 한다면 적용 가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500만 달러를 `정치자금'으로 보고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공통의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