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때도 줄소환..5월 일괄 처리 전망
檢, 일단 `숨고르기'..내주부터 다시 `몰아치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5월께 한꺼번에 결정될 가능성이 커 4월에도 정치권의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지난 21일부터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시작으로 일주일새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을 조사했고 앞으로도 의원들의 줄소환을 예고한 상태다.

검찰은 29일 현역 의원 1~2명을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의사 일정 등을 이유로 해당 의원들이 연기를 요청해와 30일이나 31일 한 차례 더 불러들여 박 회장 등과 대질신문할 서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달 내 의원들의 조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따라서 검찰은 4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혐의가 있거나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 뒤 5월께 일괄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속도는 일단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겠지만 누가 소환 대상이 될지에 대한 정치권의 긴장감은 다음달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 이번 주 일단 `숨고르기'..기소 준비 주력 = 현역 의원 3명을 조사해 이 가운데 1명을 구속한 검찰은 주초나 4월 1일부터 회기가 시작되면 의원들이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더라도 임시국회를 `핑계' 삼아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연차 광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면 혐의가 있건 없건, 금품수수 액수가 크건 작건 여론이 집중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기 중에는 의원에게 불체포특권이 있어 검찰이 국회의 동의 없이 소환에 불응하는 의원들을 강제로 수사할 방법이 없고 국회에 현직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더라도 통과된 사례도 거의 없었다.

지난해에도 민주당 김재윤 의원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상정됐지만 처리되지 않고 계류된 상태로 수개월을 끌다가 끝내 무산됐다.

이 때문에 검찰도 임시국회 기간에 의원들을 계속 소환하되 4월 초에는 지금까지 구속한 이광재 의원이나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기소 준비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검 중수부가 그동안 재판에 넘긴 각종 사건에서 무죄가 잇따랐던 점도 수사팀이 이미 구속한 인사들에 대한 각종 보강 증거를 다져놓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내주부터 다시 `몰아치기'..의원 줄소환 = 다음 주부터는 임시국회가 계속되더라도 현역 의원들에게 검찰 출석을 다시 종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가 세간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 의혹이 계속 증폭되는 상황이어서 실명이 거론된 일부 인사들은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에 자진 출석하거나 소환 통보에 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원들이 두 부류인 것 같다.자신의 혐의가 체포동의안을 낼 정도라고 생각하면 검찰에 못 나오는 것이고,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언론에 계속 오르내리니 빨리 검찰에 와서 조사를 받고 혐의를 벗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이름이 오르내린 정치인 가운데 `클리어 된'(혐의를 벗은) 분도 있다"며 "혐의가 없는 건 조속히 클리어시켜 드린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소환에 응하는 의원들은 조사하되 일정 조율이 어렵거나 불응하는 경우 회기가 끝난 뒤 소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저 조사할 예정이다.

이어 4월 중순부터는 박 회장을 여러 정치인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비롯해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의원 및 고위 공직자를 또다시 본격 수사할 계획이어서 박진ㆍ서갑원 의원 및 향후 소환될 의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나 불구속 기소 여부는 5월께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의원들 조사를 해놓고 기준을 정해서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어느 때보다 수사에 충실을 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5월 일괄 처리 전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지금까지 소환된 인사들이 여ㆍ야를 막론하고 상당한 무게감이 있는 인물인데다 `편파수사 논란' 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의원들을 재판에 넘길 경우 충분한 증거를 모아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회장의 금품 로비 수사에 따른 정치권의 긴장감은 4월로 이월될 것으로 보이며 그 다음 달에야 의원들을 상대로 한 수사가 일단 매듭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