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남북간 '핫라인'성격의 군 통신선을 차단해 개성공단 방문예정자 700명 이상이 방북을 못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 개성공단 사업이야말로 그동안 남북화해의 상징물이자 경협사업의 대표적인 성과물로 앞으로도 계속 확대키로 한 것인데,북의 일방적인 비상선 차단으로 인적 왕래가 차질(蹉跌)을 빚게 돼 염려스럽기 짝이 없다.

북은 지난해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잇달아 남북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사와 조치로 관계를 악화시켜왔다. 이번에 개성공단 사업자의 방문을 가로막은 것은 한 · 미간의 통상적인 군사 방어연습인 '키 리졸브'훈련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불과 닷새 전 북측 영공을 통과하는 우리 민항기의 안전 문제에까지 위협을 해왔던 점을 돌아볼 때 계획된 도발적 긴장조성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남북공동사업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따로 없겠지만 개성공단은 여러모로 의미가 큰 사업이다. 무엇보다 정치와 경제 등 다방면에서 오랜 준비 끝에 가동됐고,해묵은 대립관계를 털고 통행 · 통신 · 통관 등 '3통(通)'으로 상호신뢰하에서 이룬 사업이면서,남북이 서로 실질적인 덕을 보는 장기협력 사업인 까닭이다.

북이 그간 개성공단 운영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온 것도 그런 특성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속적인 남북협력 사업으로는 사실상 이제 하나 남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키 리졸브 훈련에 맞춘 조치라면 통신선 차단은 오는 20일까지 한시적인 것으로 일단 전망할 수 있지만 이런 행위로 북이 얻을 게 과연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책임있고 신뢰받는 성원이 된다는 측면에서나,북이 내심 바라는 미국과 대화를 위해서나,남북간 관계개선에서나 하등 도움될 리 없는 일이다.

정부는 북의 조치 직후 "통신선 차단을 즉각 철회하라"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냈다. 이런 당연한 촉구가 아니더라도 북은 바로 이성을 되찾고 개성공단에 지장을 초래(招來)하는 일부터 당장 철회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같은 장기 경협사업은 여타 분야의 이런저런 당국자간 회담과 또 달라 생산활동에 한번 차질이 가면 복원이 여간 어렵지 않고 확대발전은 더 어렵다는 점까지도 북은 깊이 헤아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