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는 결국 '난장판'으로 막을 내렸다.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국회 정무위는 은행법 처리를 놓고 싸움판이 됐고 문화관광방송통신위도 미디어법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파행을 면치 못했다.

◆정무위 아수라장

한나라당 소속의 김영선 위원장은 은행법 협상이 진통을 겪자 오전 11시25분께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위원장석을 점거해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20분 뒤 다시 회의장에 들어서 위원장석 옆에서 개회를 선언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정희 의원을 끌어내는 동안 위원장석에 앉아 회의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김 위원장은 "법안에 이의 없습니까? 찬성하는 사람 손 드세요. 반대하는 사람 손 드세요"라며 표결을 강행,3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위원장석을 겹겹이 에워싼 채 몸싸움을 계속했다.

이날 파행은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지분을 현행 4%에서 7%까지만 허용하자는 입장인 데 반해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지분을 8%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에 한나라당은 양측 주장을 절충한 두 개의 안을 제시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못했다.

◆미디어법 대립

문방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날치기꾼을 어떻게 (위원장으로) 인정하느냐.이제 고 의원으로 부르겠다"며 고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의사 진행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위원장석에 앉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곧바로 이 의원을 끌어냈다. 이어 격분한 이 의원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위원장석 바로 뒤에서 멱살잡이를 하며 막말과 고성을 주고 받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 관련법을 6월에 표결 처리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여야간 입장차가 크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제출한 미디어관련 법안에서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참여 제한' 외에는 손볼 조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대기업뿐 아니라 신문의 지상파방송 소유지분도 0%로 낮추는 내용의 재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문의 지상파 및 종합편성 · 보도전문케이블TV 겸영, 정보통신망법의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 다른 쟁점에 대해선 '양보 불가'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신문 ·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지분 보유 허용비율을 49%에서 그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준혁/유창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