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단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직권상정 전후 과정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심도있게 거론되는 분위기다.

일단 1일 여야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만큼 김형오 국회의장은 2일 오전 중 심사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심사기일 한도는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2일 오후 2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의장은 심사기일을 지정하면서도 막판까지 여야 협상을 촉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야가 끝내 합의 도출을 못할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마지막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김 의장의 발언을 감안한다면 김 의장은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의 협상을 독려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될 경우 김 의장은 미디어관련법안을 포함한 쟁점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육탄저지 시도가 예상되는만큼 김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함께 발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국회의장이 신변안전상 경위를 대동하고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것은 질서유지권이나 경호권 발동 여부와는 별개로 가능하다는 것이 통설인만큼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질서유지권을 발동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 주변에서 야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는 방패막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의장석 주변에서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진다면 법안처리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회는 전자투표를 원칙적인 표결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는만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단 각 의석에 설치된 전자투표장치를 통해 재석버튼을 누름으로써 의결정족수인 148명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의장석 주변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석버튼을 누르고 찬반투표까지 해야 한다는 건 한나라당에 쉽지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의장석 주변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던 지난 17대 국회의 경우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제압하면서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30여건의 쟁점법안이 직권상정된다면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대쟁점법안인 미디어법안이 처리될 경우엔 나머지 법안들은 의외로 쉽게 처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디어법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으로선 굳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이미지를 구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