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벌어졌던 활극이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미국 유력지의 기삿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8일 1면 고정 기획기사란인 `칼럼 원(one)'을 통해 지난해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서 벌인 폭력사태를 다시 자세히 소개하고, 이는 폭력이 수반된 한국정치에 대한 자기성찰의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들(국회의원들)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행동한다'라는 제목으로 1면과 4면에 걸쳐 실린 이 장문의 기사는 동력 사슬톱으로 대변되는 한국 국회의 난투극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한국인들로 하여금 `왜 우리 정치에는 항상 폭력이 수반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치학자들을 인용, 한국 국회의 폭력사태는 한국에서 젊은 민주주의가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이라고 분석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한국역사를 가르치는 황경문 교수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20년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인들은 군사독재에 신음했고 그때는 지식인과 학생들의 거대한 정치투쟁이 있었다.

지금의 사태는 권위에 저항했던 그 시대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대결 문화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한국인들은 토론에 참여하는데 익숙하지 않고, 심의하고 숙고하는 민주주의 과정에 서툴다"라면서 "한 그룹이 `내 길이 옳다'고 주장하면 다른 그룹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등 조정의 문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당이 국회에서 폭력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나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이 입법과정이 또 다른 난투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지난달 19일자 국제면에 `한국 국회의 난투극'이라는 제목으로 야당 당직자들이 해머로 문을 부수고 상임위장에 들어가려고 아수라장이 된 사진 1장과 여당 당직자들이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이를 막는 사진 2장을 실은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