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격단체에 납치된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34)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는 20일(현지시간)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를 통해 공개됐다. 이 비디오테이프에는 회색 남방 차림의 김씨가 영어로 "제발…나는 죽고 싶지 않다(Please…I don't want to die)"며 울부짖는 장면과 복면 차림의 인질범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움을 호소하는 모습 등이 들어 있다. 납치범들은 자신들을 요르단 출신 과격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36)가 이끄는 '자마아트 알 타우히드(일신교)와 지하드(성전)'의 행동대원들이라고 밝히고 "한국 정부가 24시간 이내에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을 경우 한국인의 잘린 머리를 한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 비디오테이프 전달과정 알 자지라 방송의 아흐메드 알 샤이크 보도국장은 20일 오전 2분짜리 비디오테이프가 우편으로 알 자지라 바그다드 사무소에 배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알 자지라 바그다드 사무소는 출처불명의 소포를 받았으며, 그것을 열어보고 나서야 비디오테이프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테이프 일부분의 경우 동일한 내용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테이프 전체를 방송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 비디오 방송 내용 알 자지라 방송이 방영한 화면에는 먼저 김씨가 혼자 등장해 "나는 죽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die).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며 쉰 목소리로 절규하는 모습이 나왔다. 김씨는 이어 "당신들의 목숨이 중요하다면 나의 목숨도 중요하다(Your life is important. My life is also important). 여기서 제발 한국군을 철수해 달라(Koren soldiers, please get out of here)"며 울부짖었다. 김씨의 울부짖는 모습에 이어 나온 화면에는 검은 복면을 한 무장세력 병사 3명이 나타나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었다. 이들은 "한국군이 24시간 내에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 남자의 머리를 한국으로 보내줄 것이며 다음에는 한국군 병사들의 머리도 보내주겠다"고 경고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