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9일 폐막한 베이징(北京) 6자 회담에선 북-미간 두차례 양자접촉이 이뤄졌다. 이는 이번 6자 회담이 성사될때 "6자의 틀속에서 북-미 양자 회동을 추진한다"고 당사국간 합의된 사항이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중국측은 북-미간 양자 접촉이 이뤄지도록 북한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이 회담장에서 나란히 앉게 하거나, 북-미의 기조연설 시간을 조절해 양자 접촉 시간을 자연스럽게 마련하는 등 철저히 안배했다. 북-미간 첫 접촉은 회담 첫날인 27일 오후 3시께. 중국의 마지막 기조연설이 끝나자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북한 수석대표 김영일 외무성 부상과 미국 수석대표 제임스 켈리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부근의 소파로 자리를 옮겨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당시 북-미간 대화는 강경대립 분위기였다는 것이 가까이 지켜본 러시아수석대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부 차관의 전언이었다.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김영일 부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와 불가침 조약 체결을 요구했고, 켈리 차관보는 이를 일축해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 북-미간 2차 접촉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마련한 리셉션 장에서이뤄졌다. 김영일 부상과 켈리 차관보는 나란히 앉아 1시간가량 대화했다고 한국 대표들이 전했다. 이번 6자회담의 관건으로 예상됐던 제3차 북-미 접촉은 무산됐다. 회담 이틀째인 28일 북한의 돌출행동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미국 제안에 일부 긍정적인 요소를 지적하려 하자 북한 대표들이 발끈하면서 김영일 부상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의도가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핵무기 보유 및 핵실험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문제의 발언을 했다. 켈리 차관보가 이에 분노해 회담장을 나가 버림으로써 당초 오후 예정됐던 북-미 3차 접촉은 무산했고, 이는 곧 6자회담의 공동발표문 불발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