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24일 돌연 당정협력의 문제를 이유로 `청와대 문책인사'를 공개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 대표는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촉구한 뒤 갑자기 "집권초기 당정간 협력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에서도 자제하고 이에맞는 인사개편이 이뤄져야겠지만 청와대에서도 당정협의에 어긋나는 일을 자제시키고 문책인사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을 액면대로만 보면 최근 현안들에 대한 정부.청와대와 당 사이의 협의.협조 부재에 따른 당내 불만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정 대표가 `굿모닝 시티' 사건 이후 최근의 음모론 파문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을 놓고 청와대와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우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더 유력하다. 정 대표도 발언의 진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하여튼 당정협의를 잘 되게 하기 위해 인사조치라는 것을 원론적으로 이야기 한 것"이라면서도 "나중에 하나씩 구체화 될 것이고. 이걸 다 지금 까발리고 그럴 수는 없잖아"라고 말해 추가언급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대표측에선 그동안 청와대가 정 대표를 버리려 한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있는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청와대 386참모 음모론' 파문과 관련, 청와대 특정인사에 대한 문책인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강성기조가 있어왔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청와대 개편에는 `음모론'에 휘말린 386 인사도 포함될수 있다"고 말해 이 점을 뒷받침 했다. 정 대표 본인도 23일 측근들과 회의에서 "여러가지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는데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같아"라고 `음모론'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측은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이 최근 기자회견 등에서 잇따라 정 대표의 개인비리로 몰아가고 있는 데 대해 정 대표가 서운해하고 있다"며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이런 상황에처했으면 대통령과 절연할 각오로 임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정 대표측 내부에선 정 대표의 굿모닝 시티 연루사건을 `청와대 386인사와 검찰고위간부들간 교감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청와대 M,L,P씨와 검찰 관계자 S씨를거명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 대표가 그동안 시사해온 이달말 검찰 출두를 미루고 청와대측 반응을 봐가며 다음 단계의 청와대 압박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과, 이달말께 검찰에 출두키로 결심을 굳히고 그에 앞서 `희생양'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게 나온다. 정 대표의 이날 발언이 앞으로 청와대와 정면충돌을 각오한 첫 시위인지, `일과성 시위'로 끝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편 정 대표가 `청와대 문책인사'를 공개거론하고 나섬으로써 김원기(金元基)고문 등 신주류 인사들의 "음모론 자체가 음모"라는 적극적인 진화로 다소 잦아들었던 음모론 논란이 재연.증폭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함께 이같은 음모론 파문 등 여권내 끊임없는 갈등과 증폭엔 `청와대 386참모진, 민주당 부대변인, 핵심인사들의 참모진 정치'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