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영진은 기본기능에 충실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이 마음껏 토론하고 갈등을 분출할 수 있도록 내버려둠으로써 성숙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국가경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현직 정부 고위관료가 사회 각 분야의 개별 사안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그대로 내버려둘 것"을 주장하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기획예산처 변양균 차관. 변 차관은 하루도 바람잘 날 없이 시끄러운 한국사회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세상이라고 진단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정치.경제.사회.문화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글을 월간 「해인」7월호에 실었다. `매트릭스 세계는 왜 이리 시끄러운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변 차관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채 5개월도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정권 초기인지 정권 말기인지 모를정도로 우리사회가 오늘날과 같이 시끄러운 이유를 "급격한 변화가 빚은 역동성"에서 찾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사회는 세계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거치면서 세대별, 집단별,개인별로 다종다양한 의식의 스펙트럼을 갖게 됐고, 저마다 각자 진실이라고 믿는것들이 너무 많아지게 됐다. 그러면서도 이와는 정반대로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 같아야한다"는 동질성과 평등의식이 뒤섞여 현실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그는 분석하고있다. 우리나라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변화가 일상생활이 되어 버린, 세대간 갈등이단순한 입장차이를 넘어 잠재의식과 사고방식의 차이로 굳어버린, 정부에 대한 극단적인 복종과 저항의 집단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조용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이처럼 시끄러울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정부가 개별 사안마다 개입해 정답을 내리려는 시도를 하면 오히려 갈등을 재촉할 수 밖에 없다며 국가 경영진은 의식주와 건강.교육.안보 등 국민의 기본수요를 제공하는 기본기능 수행에 힘쓰고, 나머지 갈등들은 건강하게 분출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국가경영의 미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강남 고급아파트 투기대책보다는 중산서민층을 위한 안정적 주택공급과 합리적 국토이용을 고민하는 선굵은 주택정책, 학교정보화에 정신이 팔리기보다는 맘껏 공부할 수 있는 기회와 전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고민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