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화의 방식이 `3자회담후 확대 다자회담'으로 가닥이 잡히는 과정에서 적극적 중재를 펼친 중국은물론,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정부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이달들어 미국-러시아-북한을 부지런히 오가며 다자회담의 장(場)을 마련했다면, 한국은 지난 9∼12일 제11차 서울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다자회담의 시급성과 유용성을 설득,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방북 특사로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핵 문제 해법을 본격 논의하기에 앞서, 지난 1일과 2일 왕 이(王 毅)와 다이두 외교부 부부장을 각각 미국과 러시아에 보내 핵문제 해법을 조율했다. 북미 양국이 날카롭게 대치하던 상황에서, 대화 국면의 물꼬를 트는데 중요한전기가 된 것은 무엇보다 한중 양국의 `공조'였던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후진타오(湖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의 의미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한중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내에 당사자간 대화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발언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당사자간 대화' 부분을 두고 당시 국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미.일 3국이 합의한 `확대 다자회담'을 확실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도리어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인게 아니냐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3자회담후 확대 다자회담'으로 가닥이 잡히는 정황을 감안하면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실수라기보다는 고의든 아니든두 정상이 이미 양해한 사항을 기자회견 과정에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역할을 분담해북한을 상대로 다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는 제11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통해 핵 문제의 유일한 출구는 확대 다자회담 수용이라는 점을 북측에게 진지하게 설명했고, 북측도 이전과는 달리 핵문제를 회담 의제로 받아들이면서 남측의 주장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남북 대표단간 밤샘 협상끝에 나온 공동보도문에는 "핵문제를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와 신언상 회담 대변인은 "북한이 확대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해석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12∼15일 다이 부부장을 특사로 방북시켜 후 주석의 친서를 북한의김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고, 3자회담을 한 차례 더 한 뒤 다자회담을 받아들여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러시아를 먼저 접촉하고, 한국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북한 당국에 `3자회담후 확대 다자회담' 해법을 제시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그동안 북한과 꾸준한 신뢰구축 과정을 통해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문관현 기자 kjihn@yna.co.kr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