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핵재처리 시사 발언은 대화국면에 접어든 북핵사태 해결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북한의 재처리 시사가 내주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북-미-중 3자회담을 앞둔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가운데 실제 북한이 재처리 작업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자회담 개최 여부 = 한.미.일 3국은 19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린차관보급 고위 대북정책 조율에서 일단 내주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키로 방향을 잡은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3자조율 뒤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회담은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부시 행정부내에서 북한의 재처리 시사 이후 3자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백악관의 클레어 부천 대변인은 18일 "일단 우리는 사실과 우방 및 동맹국들의견해를 명확히 파악하고 나서 어떻게 할 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부시 행정부내에서 내주 베이징 회담에 미국이 참석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있으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재처리 언급이 회담 성사 여부를 위태롭고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3자회담 성사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국방부 등 대북 강경파의 회담개최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회담 1주일 전에 이것을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눈에 모래를 집어 넣는 일로, 정말 모욕적인 일"이라면서 "북한의 발표는 모든 것을 혼란과 의심속에 던져넣었다"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정말 핵연료 재처리를 시작했다면 우리는 극히 중대한 문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책 =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이 핵 재처리 작업에는 실제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예정된 회담은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거듭전달했다. 이수혁 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은 이번 협의에서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는 편이좋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미국은 중국과 이 문제를 협의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이 회담 개최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회담 개최사실을 인정한 만큼 북한도 예정대로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고 어렵사리 마련된 이번 기회가 무산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정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국내 회담 개최여부를 둘러싼 논의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확답은 할 수 없다"면서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지 여부를두고 미국의 내부 검토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한.미.일 정보교류 강화를 통한 북한의 핵재처리 돌입 여부및 북측 의도 파악을 위한 공조도 강화하고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