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장에는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최규하씨 등 전직 대통령 5명이 나란히 자리해 평화적 정권교체의 연륜이 깊어졌음을 느끼게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취임식 시작 6분 전인 오전 10시54분 단상에 도착하자 단상의 내외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는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이른 오전 10시40분께 지팡이를 짚고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단상 위에 올랐다. 이어 노태우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입장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10년 전 생각이 난다. 대통령 5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며 "내가 김대중씨에게도 '대체로 산에 내려갈 때 다치는데 조심하라'고 밤낮으로 그랬다"고 앙금이 가시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관례에 따라 단상엔 초청된 시민을 향해 노 대통령 내외가 중앙 오른쪽에,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왼편에, 그 뒤편에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리했으며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취임사를 할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늘을 응시하며 경청했다. 취임식 후 노무현 대통령 내외는 전직 대통령과 환송 인사를 나누고 김대중 대통령 내외와 함께 다정하게 두손을 잡고 단하로 내려가 김 대통령 내외가 차에 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중앙 통로를 걸어나가며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