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재판에서 미군 병사들이 무죄 판결을 받자 북한에서도 반미 열기가 뜨겁다. 각 단체의 성명과 담화, 규탄집회가 잇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언론매체들도 연일 대미비난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조선민주법률가협회와 조선학생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26일 대미 비난 담화와 성명을 각각 발표한 데 이어 27일에는 교육성이 담화를 발표, 미군의 무죄판결은 "인류 양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미군이 벌인 재판과 판결은 법의 공정성과 원칙을 찾아볼 수 없는형식적이고 불법적인 사기극"이라며 "미국의 오만한 행위에 대해 민족의 명예를 걸고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단호히 징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급 학교에서의 규탄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27일 첫 규탄집회를 개최했고 같은날 금성 제1중학교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이들 집회에서는 "미제 침략자들의 오만하고 파렴치한 행위에 치솟는 증오와 격분을 금치 못한다"며 "우리는 미제 침략자들을 천백배로 복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신문ㆍ방송 등 언론매체들도 반미 분위기에 가세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8일 논평을 통해 여중생 사망사건에 관련된 미군병사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것은 "식민지 강점자의 오만무례한 횡포이며 우리 민족의 생명과 존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남조선 인민들에 대한 모독이며 천추에 용납 못할 또하나의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7일 '피의 대가를 기어이 받아내야 한다'(중앙방송 시사논단), '참을 수 없는 우롱행위'(평양방송) 등을 통해 미군의 처사를 맹렬히 비난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달 중순 미국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발표로 북미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는데다 여중생 사망사건에 관련된 미군병사의 무죄판결로 인해 남한내 반미여론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