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제 3국 말레이시아에서 재개된 북일수교 교섭이 이렇다 할 성과나 큰 진전없이 끝났다. 이번 수교 교섭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북일 조기 수교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갑자기 불거지면서 난항을 예고했다. 가뜩이나 일본인 납치 사건을 둘러싼 일본내 대북 여론 악화로 수세에 몰려 있던 북한이 납치와 핵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앞세운 일본측의 기선잡기와 선제공세를 어떻게 피하면서 수교 문제 타결의 실마리를 잡아가느냐가 최대 초점이었다. 이틀간의 교섭 결과는 `과거 청산'을 전면에 내건 북한의 맞불 공세로 쌍방의원칙론만이 오고간 기대 이하의 탐색전으로 끝나고 말았다. 특히 납치 문제 등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절실히 필요한 고이즈미 정권으로서는 실망스런 결과다. 북한은 이번 교섭에서 지난 9월 17일의 `북일 평양선언'에 입각한 과거청산, 다시 말해 경제협력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일본과 조기 수교가 필요하다는 북한의 속내를 재확인시켜준 것이자, 일본의 공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불가피한 대응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대목이다. 반면 일본측은 납치와 핵문제의 진전없이는 경제협력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북한이 가장 필요한 경제협력을 카드로 삼아 납치 문제 등에 대한진전을 이끌어 내겠다는 기본 전략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수교 문제를 먼저 타결한 후 나머지 현안은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드러내 보였다. 북한 대표인 정태화 대사가 30일 모두 발언을 통해납치 문제 등에 대해 협력할 의사를 표명하는 한편으로 문제 해결의 순서와 경중을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다만 핵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북한은 특히 일본측이 핵문제는 "일본의 안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핵개발의 즉각 포기를 요구한데 대해 "핵문제는 미국과 협의할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교섭 결과를 종합해 볼때 북일수교 교섭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다음 번 교섭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