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미국측에 시인했다는언론 보도와 관련,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미국의 북한 때리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일부는 "우리 정부의 안이함이 다시 드러났다"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전체적으로 대단히 불명료한 발표로 보인다.미국의 북한 때리기가 시작된 것 아닌가 싶다. 북한이 비밀 핵 개발 계획이 있다고시인했다는데 94년 10월21일 제네바 합의문이 체결되기 이전에 갖고 있었다는 얘긴지 그 이후에 갖고 있었다는 얘긴지 정확하지 않다. 또 미국이 뭔가 새로 발견한게아니라 북한이 뭔가 얘기했다는 것인데 정확히 누가 어떤 말을 했다는 것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북한의 일반적인 언술 체계가 '∼라면 ∼ 하겠다'는 식인데 이중 '∼라면'을 빼고 '∼하겠다'만 옮기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북한이 그동안 북미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여온 입장에서 켈리 특사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이해가가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입장에도 곤혹스러운 심경이 반영돼있는 것 같다.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이런 식으로 발표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 발표 등을 봐가면서 다시 판단을 내려야할 것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팀장 = 켈리 특사가 북한에 다녀온 직후 서울에들러 짤막하게 내놓은 내용을 보면서 그가 우리 정부에 뭔가 성의있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심할 것은 켈리가 지난해 5월 한.미.일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감축 문제를 대북정책에 포함시켜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당사자라는 점이다. 이번 '핵 개발 계획 시인' 관련 내용에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의 북한때리기가 시작됐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반대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윤리적으로못 마땅해할 뿐 이라크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이동복 명지대 객원교수 =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뭔가 분명하게 말하기는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핵개발 의혹과 관련, 뭔가 말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꾸준히 제기돼 이번 얘기가 전혀 뜻밖은 아니다. 94년 제네바 프로세스 이후 진행돼오던 흐름에서 궤도 이탈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 외교부의 발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에 대한 한미일 공조에서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이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은북한의 협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면 햇볕정책을 재검토해야한다. 그런데도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안이하다는 것을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