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상(張 裳)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향후 정국에 큰 충격파를 낳고 있다. 제헌국회(48년 7월) 이윤영, 2대 국회(50년 11월,52년 10월) 백낙준 이윤영, 5대 국회(60년 8월) 김도연 전 총리에 이어 42년만에 첫 부결이라는 점에서 그 함의와 파장은 결코 적지 않다. 당장 인준안 가결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신당 창당 논의 및 친노(親盧)-반노(反盧) 세력간 알력과 맞물려 심한 좌절감에 빠질 수 있고, 한나라당은 `거야(巨野)의오만' `다수의 횡포'라는 여론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또 장 지명자를 총리후보로 임명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이로 인한 여야와 행정부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높아졌다. 장 총리서리가 그간 국회 활동을 자제해온 반면 행정부내에선 총리내정자로서실질적 권한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그간의 직무수행이 원천무효가 됨으로써 적잖은 혼선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8.8 재보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극한 힘겨루기와신경전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정국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여야 관계가 급랭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번 부결사태 직후 민주당과 한나라당 수뇌부는 서로 상대당에 책임을 돌림으로써 향후 정국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인해 대단히유감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지금부터 예상되는 국정혼란과 표류에 대해 한나라당은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이미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국정조사와 권력비리 특검제 도입을 위해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예고한 상태고, 민주당은 "정치적 공세의 일환"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회창 5대의혹' 사건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고, 한나라당은 이를 `5대조작사건'으로 규정, 대통령 아들 권력비리 공세로 맞불을 놓을 기세다. 실제 이낙연 대변인은 이날 "아들 병역문제와 원정출산, 호화빌라, 부친의 친일의혹 등 이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계속 추궁해나갈 것"이라며 이회창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정실에 따른 깜짝쇼같은 DJ식 파행인사가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며 현정부와 민주당을 싸잡아공격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는 대선을 겨냥한 신당 창당 및 정계개편 논의와 맞물려 정치권에 복잡한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이번 총리 인준안 부결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에 급속한 변화가 일가능성이 있다"면서 "8.8 재보선 이후 정몽준(鄭夢準) 이한동(李漢東)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고 건(高 建) 전 서울시장, 이수성(李壽成) 이홍구(李洪九) 전총리 등잠재력있는 인사들을 총망라하는 새로운 정당 탄생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역으로 한나라당에겐 `이회창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하는 결과를 낳을것 이라는게 중론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당 주류측에서 거론되고 있는 신당 창당과 정계개편, 개헌론 등을 면밀히 주시하며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의이런 움직임은 결국 `이회창 체제'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을게 분명하다"고주장했다. 물론 전혀 예기치 못한 이번 부결 사태가 향후 정국에 미칠 파괴력을 감안, 각정당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대통령제 도입 이후 첫번째 총리인준 부결이라는 `대사건'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어 섣불리 상대당을 공격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어느 정도 탐색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향후 정국은 대선이 실시되는 연말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요동칠 것이라는데 정가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