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참패의 충격에 휩싸여 있는 민주당이 향후 진로를 어떻게 잡아 나갈지가 대선정국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90년 3당 합당이후 처음으로 `호남 고립'의 소수정파로 전락하게된 민주당이 갈등과 내홍에 흔들리다 사분오열될 것인지, 급속히 당 전열을 정비하고 대선 채비에 나설 것인지에 따라 국면이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충격파 속에 지도부 책임론, 노 후보 재신임 방법 등이 현안으로 불거지면서 곧 있을 8.8 재.보선 공천 등을 둘러싼 당내 주류, 비주류간 갈등도 예상되는 등 당분간 극도의 혼미 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기초단체장의 몰락으로 향후 총선에서 자신들의 향배와도 무관치 않다고 판단하는 소속 의원들의 동요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것으로 보여, 당은 일정기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구도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당 지지율의 추락에도 불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 후보 중심의 새로운 모색이 가시화될 조짐이고, 이번 선거 패배가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나타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 재신임 = 노 후보는 14일 당사에서 대국민성명을 통해 부산.경남에서 광역단체장을 한명도 당선시키지 못할 경우 재신임을 묻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그는 비서실에 재신임 방법 등과 관련한 어떤 아이디어도 거론하지 말 것을 엄명해 놓은 상태이고 "모든 것은 당에 일임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당내에서도 "노 후보 외에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그의 재신임은 통과의례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재신임 방법을 놓고 '정치적 언사이므로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된다'면서 전당대회 권한을 위임받은 당무회의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1천명 가량의 중앙위원회 또는 거당적 전당대회를 열어 지방선거 참패 분위기를 일소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 있는 상태다. ◇지도부 책임론 = 워낙 충격이 큰 탓에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많지만 최악의 경우 지도부에 화살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사퇴 검토설도 나돌고 있다. 특히 당내 비주류 및 충청권 의원들의 경우 현 사태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경 주장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초선 의원은 "한 대표가 자진 사퇴하고 지도부도 전원 사퇴하면서 당이 비상체제로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의 경우 도미노 사퇴를 우려하는 측면도 있어 반발 가능성이 크고 노 후보 재신임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경우 '노후보 재신임=지도부 재신임'으로 슬며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도부 책임론과는 관계없이 이미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이 당직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당직개편은 이미 예고돼 있다. ◇제2쇄신 = `위기의 민주당'은 쇄신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내 개혁.쇄신파 의원들의 요구가 거셀 전망이다. 당이 구태와 부패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살길이 없다는 공감대속에서 부패고리단절의 구체적 조치로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사퇴, 김홍업(金弘業)씨 수사촉구 등 '탈 DJ화'가 본격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가 아들 문제나 중립내각 등에서 꼼수를 부리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까지 꼬였다"면서 "이제 더 이상 협의고 뭐고 없다"며 차별화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 간판으로는 어떤 선거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당의 간판을 내리고, 노 후보 중심의 새로운 창당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정계개편과 맞물려 파장이 확대될 수도 있다. ◇조기 선대위 구성 = 당의 거듭나기는 노무현 후보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선대위가 구성될 경우 최고위원회의는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고 모든 당무 운영이 선대위 중심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도 선대위에 편입될 전망이다. 당내 상당수 의원과 당직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는 상태이고 한화갑 대표도 조기 선대위 구성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를 6개월 남겨놓은 시점에서 선대위를 발족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선대위가 당무를 관할하면 향후 불가피한 DJ와의 차별화 등에서 노 후보에게 큰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측도 많다. 때문에 현 최고위원회의와 선대위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과도기의 당을 꾸려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