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3일 저녁 지방선거 개표결과 참패가 확인되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은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으나 한가닥 기대를걸었던 서울의 패배 및 큰 격차의 경기지역 참패, 부산.경남지역의 `턱없는' 득표율로 인해 더욱 충격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오후 5시10분께 여의도 당사에 도착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TV카메라를피해 당사 1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 들르지 않고 8층 후보실에서 방송사 출구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 침통한 심경으로 7시10분께 당사를 빠져나갔다. 노 후보는 선거결과에 대해 "선거라는 것이 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지난 93년캐나다 멀루니 총리의 집권여당도 참패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황실에 들르지 않은데 대해 "진 것은 진 것이 아니냐. 꼭 내려가서 졌다고 해야 하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고, `부산지역 선거결과가 기대보다안좋다'는 지적엔 "천천히 얘기해도 괜찮다"고만 말했다. 앞서 오후 5시40분께 상황실에 자리잡은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선거결과가 `참패'로 나타나자 헛 웃음으로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 했으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한 대표는 TV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와 자신이 대비된 화면이나오자 상기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오후 6시15분께 이용희 김태랑 신기남 최고위원 및 김원길 이재정 박병윤 이낙연 정범구 임종석 의원 등과 함께 시내 한 음식점에서 소주를 반주로 곁들인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결과가 좋지않다'는 지적에 "전투에서 졌다고 전쟁에서진 것은 아니다. 전쟁에서 이겨야지"라며 패배 의미를 축소했고, 이어 `전투에서 매번 지면 결국 전쟁에서 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엔 "왕건도 견훤에게 번번이 지다가결국 이기지 않았느냐"고 담담한 태도를 보이려 애썼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자실에 들러"이번 선거에서 보여주신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한다. 민주당이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공식 멘트'를 정정했다.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면서 "크게 개혁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당의 `제 2쇄신'을 강조했고, 이재정(李在禎) 의원도 "20,30대 투표율 저조를 패인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개혁을 빠른속도로 해야한다"고 가세했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선거운동과정에서 너무 어려웠다"면서 인천과 경기지역결과를 지켜보며 "이래선 당을 못한다"며 당내 위기감을 대변했다. 한편 이날 상황실엔 11명의 최고위원들이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