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14일 진입, 난민지위를 요청하며 한국행 의사를 밝힌 탈북자 25명이 하루나 이틀내로 '불법 입국'죄로 제3국으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번 사태 처리에 관여중인 중국 소식통들이 15일 밝혔다. 이들은 추방된 후 일단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중 1개국으로갈 것이라고 중국 소식통들은 밝혔다. 탈북자 25명의 출국을 주선중인 스페인 소식통들도 출국 협상이 탈북자들에게 유리하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곧 제3국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장길수군 가족 사건도 입국후 만 3일만에 신속하게 처리됐다고 중국소식통들은 강조했다. 스페인대사관에서 이틀째를 맞은 탈북자 25명은 중국당국이 자신들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면 가지고 있는 독극물로 자살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사태가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감지하고 안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 장치웨(章啓月) 대변인은 14일 탈북자 25명이 난민이 아니라고 주장해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으나 "이같은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줄곧 인도주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그들을 '잘' 대해왔다"고 말해 제3국행 추방가능성을 열어두었다. 6개 가족과 개인 3명으로 구성된 탈북자들은 1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직전 중국 경비원들을 밀치고 대사관 정문을 통과해 구내로 밀고 들어갔으며 이들중 일부는진입 과정에서 입구의 중국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2명의 탈북자들이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나머지 탈북자들이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갔으며, 두명은 이후 경비원들을 밀치고 진입했다. 그간 이들을 도아왔던 인사들은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가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성명서 및 각 개인들의 별도 성명서들을 배포했다. 영문으로 된 성명서는 "우리는 지금 엄청난 절망에 빠져 있고 처벌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의 불행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들중 일부는 중국 당국이 다시 우리를 북한으로 되돌려 보낼 경우 자살하기 위해 독약을 소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나이, 이름, 고향등 인적사항이 있으나 많은 이름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처형 등을 우려해 익명이다. 성명은 "우리 모두에 대해 난민지위가 허용될때까지 보호받기 위해" 스페인대사관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번 탈북자들의 망명을 지원한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은 탈북자들이 당초 독일 대사관을 목표로 했지만, 독일 대사관이 경비가 심해 스페인 대사관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철의 장막 붕괴 직전 서방대사관에 동구인들의 망명요청이 쇄도했던 것에 비유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늘어나고 탈북자 수도 매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성명은 또 이들중 일부가 이미 식량과 자유를 찾기위해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돼 수개월간 구금된 적이 있다면서 이들중 많은 사람들은 중국을 통해 자유를 얻으려는 노력이 이번으로 최소한 두번째라고 밝혔다. 이밖에 농민, 전직 경찰, 16세의 고아소녀, 광부 등의 개별 성명도 배포됐는데 이들 성명도 모두 영문으로 번역돼 있다. 본명이 최병섭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성명에서 자신이 52세의 전직 광부로 한때 북한 노동당원이었다고 말하고 지난 97년 부인 및 3자녀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후에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된 뒤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면서 특히 노동당원 출신이기 때문에 "만약 다시 붙잡힐 경우 매우 극심한 처벌을 받고 아마 사형당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때문에 "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위해 한국행을 감행하려 한다"고 강조하고 "한국에서 남부끄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싶다.장남은 기독교 선교사, 딸은 피아니스트, 막내 아들은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이상민특파원 sm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