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이 '8.30 경선비용'을 공개하고 나섬으로써 여야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김 고문의 '고해성사'가 대선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탈당으로 경선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김 고문의 불법 경선자금 고백을 대여공세의 호재로 삼고 나섰다. ◇민주당= 8.30 전당대회에서 불법자금을 사용했다는 김 고문의 고백이 자칫 대선후보 경선 자체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야당의 공세에는 세풍사건과 안기부자금 전용을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고문의 회견은 대선후보 경선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중앙당과 당내 선관위가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후보자들 스스로 깨끗한 경선이 이뤄지도록 자제하고 협조해야 한다"며 당의 공식입장을 정리했다. 야당의 공세에 대해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김 고문의 경선자금을 시비하고 싶거든 97년 대선때 국세청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모금하고 98년 총선에서는 1천억원을 훨씬 넘는 안기부 예산을 전용해 쓴 데 대해 먼저 고백하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은 경선 자체를 포기하고 이회창 총재를 추대하려 하고 있는데, 그 추대의 비민주성을 호도하기 위해 남의 당을 비난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태도"라고 역공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첫 경선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김 고문의 '고해'가 대선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이 다수였다. 박양수(朴洋洙) 조직위원장은 "선관위가 김 고문을 조사한다면 당시 모든 후보들도 조사대상이 된다"며 "이번 주는 경선분위기로 몰고 가야 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고, 신낙균(申樂均) 고문은 "김 고문이 최고위원 경선에 5억원씩 썼다는 데 깜짝 놀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당직자는 "김 고문이 제주도에서 몇 표 더 얻어보려고 공개했는지 모르지만 본인만 깨끗한 척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야당에서 여당 경선을 돈잔치라고 공격해 올게 뻔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국민참여 경선제 도입과 관련해 민주당에 '선수'를 빼앗기고 특히 박근혜 의원의 탈당으로 경선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김 고문의 불법 경선자금고백이 나오자 호재를 만난듯 대여공세에 나섰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여당의 국민참여 경선과 관련, 혼탁 돈선거 얘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정치문화에 비쳐 불행한 일"이라며 국민감시의 필요성 제기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고 20억원 부터 돈을 많이 쓴 순서대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는 말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면서 "민주당 경선의 혼탁과 타락상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일단 김 고문의 고백에서 드러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비용 규모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선관위의 고발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동시에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제를 겨냥해 "무늬만 민주적이지 실상은 돈 잔치" "김 고문의 고백은 빙산의 일각" "예상했던 우려들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흠집내기'를 계속하는 한편 사태추이에 따라서는 민주당 다른 최고위원들의 경선자금 공개를 촉구하는 등 단계적인 공세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고문의 `고해성사'를 대여공세의 소재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특히 현재 물밑에서 진행되는 부총재단 경선에 일부 예비후보들이 상당한 자금을 쓰고 있다는 설이 있어 이같은 공세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삼재(姜三載) 부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잘못하다가는 우리당에서도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참여경선 제도는 유지하되, 돈 경선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열린 통합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는 선거공영제 확대와 후보들의 지구당 방문 금지, 정책토론회 중심의 경선, 외부인사의 선관위 참여등 돈 경선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 김 고문의 대국민 고백 자체는 '양심선언'으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를 국민경선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논리로도 활용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JP) 총재는 4일 "김 고문의 심정은 평가한다"고 밝혔고 정진석(鄭鎭碩) 대변인도 "김 고문의 힘든 고백은 정치의 고비용 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고독한 결심의 소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내가 일찍이 이야기했지만 당내 경선은 당원들이 해야지, 왜 엉뚱한 세력을 끌어들이는지 알 수 없다"며 "국민경선은 근원적으로 돈이 든다는 점에서 걱정인데 돈이 있으니까 하자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을 몰아붙였다. 정 대변인도 "국민경선이 과연 정치개혁이란 본질적 취지에 부합하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 살포와 조직 동원으로 타락상을 보이고 있는 작금의 기형적 국민경선제야말로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맹찬형기자 chu@yna.co.kr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