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7일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당.정분리,국민참여경선제, 상향식 공천 등을 골자로 한 당 쇄신안을 확정함으로써 1인 보스지배체제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집권여당의 이같은 변화는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쇄신 및 개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정치 전반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과 지방선거, 대선 과정에서 지역감정, 흑색선전,인신공격, 대의원 매수 등 구태가 재연되거나, 처음 도입하는 국민참여경선제가 제도의 복잡함때문에 중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제도도입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민주당의 `새 정치실험'' 성패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인 보스체제 청산 = 1인 보스체제의 상징이던 총재직이 폐지되고 당 대표의권한이 대폭 축소됨으로써 민주당은 협의와 중재의 리더십에 의해 운영되게 됐다. 최고위원회의는 선출직 8명과 당연직 1명, 지명직 2명 등 11명으로 구성하되,외부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당무회의 의결로 약간명을 증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당 대표는 최고위원 경선 최다득표자가 맡게 되며, 당무통할권과 정책위의장을포함한 당직인선 제안권, 최고위원 2명에 대한 지명권, 원내총무 불신임회보권 등을갖게 되지만, 조직.재정에 관한 권한을 비롯해 과거의 총재에 비해 권한이 크게 축소됐다.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등 3김(金)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퇴장하는 시점에서 불가피하게 도출된 대안이며 민주적 당 운영을보장하는 장치이다. 동시에 당 운영과정에서 주요 쟁점을 다룰 때마다 계파간 이해관계 충돌로 상당한 진통과 정책결정의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의 `민주적 리더십'' 배양과 발휘가 앞으로 민주당의 제1과제가 될 전망이다. ◇원내중심 정당 = 원내총무가 당연직 최고위원이 되고 법안과 정책결정 등에서대표에 버금가는 권한과 책임을 갖게됨으로써 미국형 원내중심 정당으로 진일보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같은 맥락에서 의원총회의 위상을 강화해 법안뿐 아니라 주요 정책을 의원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과 대표의 지명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원내총무가 추천권을 갖도록 된 점도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당정분리 =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 후보단계에서부터 당 대표를 겸할 수 없도록 당.정을 분리한 것은 그동안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면서 국회를 좌지우지함으로써 입법부를 종속시켰던 구조를 청산하고 3권 분립의 정신을 온전하게 실현하는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와 지도부 경선에 중복출마는 할 수 있지만, 대선후보 당선자가 지도부 경선에서도 1위를 했을때는 지도부 경선의 차점자가 대표를맡도록 함으로써 `중복 당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선거과정에서부터 후일의 대통령이 당을 장악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당은 지도부 중심으로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나, 대선 과정에서 후보와 대표간 알력이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있는 것은 민주당이 앞으로 극복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국민참여경선제 = 역대 선거사상 처음으로 대선후보 선출시 일반국민이 선거인단의 50%를 차지하는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한 것은 가장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대선후보 선거인단을 7만명으로 하고 구성비율을 2(대의원):3(일반당원):5(일반국민공모자)가 되게 함으로써 대의원 조직 장악에 의한 득표보다는 민심을 얻는 일이 결정적인 요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일반국민의 정당경선 참여가 사전선거운동 논란의 소지가 있고, 국민의참여도 경선과정에서의 잡음과 불상사 등에 따라 의미가 퇴색할 경우 모처럼 도입된이 제도가 표류할 가능성이 없지않다. 또 국민참여경선제와 같은 취지에서 각종 공직선거 출마자를 상향식 공천에 의해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중앙당과 총재가 공천에 전권을 행사하던 관행을 청산할 수있게 됐다. 인터넷 투표의 법적.기술적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인터넷 투표를 5% 범위내에서반영키로 한 것도 네티즌과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손혁재(孫赫載) 협동사무처장은 "민주당이 DJ에만 의존하던 타율적 정당에서 벗어나 홀로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며 "여당의 실험이 성공하면 야당도 쇄신과 개혁의 압력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정치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적극 평가했다. 손 처장은 그러나 "계파간 이해와 대립으로 새로운 모습이 일그러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향후 과제를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