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출한 검찰총장 탄핵안에 대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섬으로써 탄핵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정기국회 막판 최대쟁점인 탄핵안의 처리과정과 결과는 앞으로 3당의 입지는 물론 여야와 2야 관계 등 정국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예상 시나리오별 정국 전망. ◇탄핵안 가결시 = 재적 의원 과반수(137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한나라당 의원 전원(136명)이 찬성해도 자민련이나 무소속 의원 1명의 가세가 있어야 한다. 가결될 경우 정국은 큰 혼란에 빠지면서 국정차질이 예상되며, 여야간 첨예한대립과 갈등으로 예산안과 주요법안 등 남은 정기국회 현안 처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구심력이 현저히 약화된 민주당은패배의식속에 원심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김 대통령도 레임덕 현상이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될 경우 공직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눈치보기나 줄서기, 행정력 약화 등의 현상이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이탈표가 탄핵반대 입장을 밝힌 자민련에서 나왔을 경우 김종필 총재의 지도력은 더욱 약화되고, 일부 의원의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이는 사실상 자민련의 붕괴와 야당발 정계개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한나라당은 교원정년 연장안 처리실패의 국면을 반전시켜 정국 주도권을 계속확보하고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대세론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것으로 보이나 `거야(巨野)'에 대한 여론의 견제심리를 강화시킬 개연성도 있다. ◇탄핵안 부결시 = 자민련과 민국당 및 무소속 의원 모두가 탄핵반대 입장에 설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해도 1표차로 부결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교원정년 연장안의 처리 유보에 이어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축소.은폐 의혹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탄핵안을 관철시키지 못함으로써 `거인'의 한계를 드러내고 이 총재의 지도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민련의 반대로 탄핵안이 부결되면 실질적으로 야당이 단독으로 오만하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긍정적' 풀이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표만 결속되면 야당 입장은 분명히 보여주면서, 탄핵안 가결시이어질 검찰권 마비나 혼란 등 여러 부작용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지적도 나온다. 김종필 총재는 첨예한 대치정국에서 `캐스팅 보트'를 적절히 행사해 정국의 종속변수만은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의 충청지역공략 등에 대한 경고 효과도 십분 거두는 성과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동안 불안하게 유지돼온 `한-자 공조'를 파기하고 자제해온 자민련 의원 영입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역시 야당발 정계개편의 시발점이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야당측의 교원정년 연장안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낸 데 이어 2번째정치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한광옥(韓光玉) 대표의 과도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호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민련과의 공조 복구론이 당내에서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자동폐기 = 탄핵안이 6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후 72시간 내에 표결토록돼 있으나 민주당이 자민련의 반대당론에도 일부 이탈표 가능성을 감안, 원천봉쇄를위해 이만섭(李萬燮) 의장의 본회의장 출입을 막는 등 실력저지에 나설 경우 표결무산으로 자동폐기될 수도 있다. 자민련은 실력저지에 가담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탈표 방지를 위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이 되면 여야간 첨예한 힘겨루기가 계속돼 정기국회 나머지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주당은 탄핵안 반대 당론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최종심판 결과를 낙관할 수 없고, 가결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탄핵안 제출 자체로 정치적 의지를 표시했기 때문에 큰 손해는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