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박지원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또다시 야인(野人)으로 돌아갔다. 6개월간의 공백 끝에 지난 3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컴백한 지 7개월만이다. 그의 공식적인 사퇴의 변은 여권의 쇄신갈등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것. 그러나 그는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서운함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수석은 지난 7일 저녁 김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으나 이날 아침 평소처럼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다. 박 전 수석은 사표가 수리된 뒤 기자실에 들러 "국회의원은 입이 있고 청와대 비서는 입이 없다"고 말했다.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는 의원들이 원망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그러나 "김 대통령을 충실하게 보좌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면서 물러간다"며 "대통령 내외를 가깝게 모실 수 있었던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푹 쉬겠다"고 밝혔다. 박 전 수석은 이례적으로 청와대 각 비서관실을 돌면서 이임 인사도 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전부터 김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와 현 정권의 최고 '실세'로 불려왔다. 특히 문화관광 장관 시절 남북관계 '특사역'을 맡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이 때문에 여권내 각종 난맥상이 부각될 때마다 책임론의 '화살'을 맞았다. 그는 정책기획수석 재임기간동안 "어머니가 말을 아끼라고 하셨다"면서 입장 표현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앞으로 그가 희망한 대로 '푹 쉴지' 두고 볼 일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