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에게 끌려 가는 모습을 본 것이 마지막일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니 너무나 기쁘고 감사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석천2리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허태욱(60)씨는 아직도 북한군에게 끌려가던 형님 동욱(68)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6.25 전쟁이 일어났던 지난 50년 여름 4남 2녀 가족이 함께 살아가던 태욱씨의 마을에 북한군이 밀려 들어오면서 중대본부가 차려졌다. 태욱씨의 어머니는 당시 17살이었던 형 동욱씨가 혹시나 인민군에게 끌려갈까 두려워 화장실에 숨겼지만 마을 사람의 밀고로 인민재판을 받은 뒤 동욱씨를 북한군에게 빼앗겼다. 한밤중 마을 청년 50여명과 함께 북으로 끌려가던 동욱씨를 먼 발치에서 눈물을 흘리며 지켜봤던 태욱씨 가족들은 50년 가까이 동욱씨가 죽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재회의 희망을 접고 살아야만 했다. 죽은 형을 다시 찾은 태욱씨는 87세로 연로하신 아버님이 행여 충격으로 쓰러지실 것을 염려, 형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숨긴채 형을 만나러 가는 날까지 비밀로 하기로 했다. 태욱씨는 "자상하고 달리기를 잘 하던 형의 얼굴이 자꾸만 떠 오른다"며 "30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만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용인=연합뉴스) 김인유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