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혁을 위한 여야 협상이 공동여당간 이견으로 한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현행 소선거구제를 주장하며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도.농복합선거구제+정당명부제"란 여당 단일안 확정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24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3당3역회의는 선거구제 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만 재확인한채 일찌감치 결렬됐다.

공동여당간 당론이 확정되지 않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에앞서 양당 3역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자민련측은 "복합선거구제+정당명부제"를 여당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국민회의측이 당의 공식 의사결정기구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당론확정을 27일로 미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소선거구제+정당명부식"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민련은 개혁의지가 없는 선거법안은 받아들일수 없다며 복합선거구
관철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회의, 자민련 =국민회의는 이날 총재단 회의를 열고 선거법 협상
대표인 박상천 총무에게 연내 마무리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이제 논의할
만큼 논의했으니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일 대변인은 "단안"의 의미에 대해 "어떻든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뜻"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큰 문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이견 조정"이라고 말해
자민련의 타협자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회의는 23일 ""소선거구+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1인2표,지역구.
비례대표 중복입후보 허용)"를 받아들여 24일중 야당측과 일괄 타결하자"며
자민련의 결단을 정식으로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자민련은 이날 긴급 간부단회의를 개최, "도.농 복합선거구제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양희 대변인은 "그동안 국민회의측 입장을 순순히 받아들였으나 선거구제
문제 만큼은 원내3당의 캐스팅보트(자유투표)역할을 충분히 하겠다"며
국민회의측에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국민회의가 비공식적으로 제의한 소선거구제,
1인2표제, 중복출마 허용 방안 수용여부를 놓고 참석자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이 주류를 이뤘으나 일부 참석자들은
소선거구제를 수용하자는 입장을 개진, 논란을 벌였다.

결국 "밤을 새워서라도 공동여당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한뒤 3당3역회의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선거법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갈수도 있다며 2여
분열을 겨냥하는 등 느긋한 표정이다.

이부영 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자민련이 도.농 복합선거구제와
선거법의 자유투표라는 돌출적 제안을 내놓아 연내 선거법 협상이 연말까지
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하순봉 사무총장도 "성의를 갖고 협상을 타결지으려 하지만 공동여당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으면 연말까지 처리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선거법 협상을 연말까지 타결짓지 못할 경우 내년까지 협상을 끌고갈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을 압박해 소선거구제를 관철한뒤 권역별 정당명부제에
대해서는 신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전략이다.

또 "여야 합의처리"를 강조하며 여권의 선거법 강행통과시도를 저지하면서
느긋하게 공동여당간 입장조율을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 김형배 정태웅 기자 kh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