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보정국이 마무리국면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92년 대선자금문제가
터져 나오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노동법 파문이후 국정표류현상이 4개월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대선자금문제로 정국이 혼미상태를 보일 경우 김대통령의 국정장악
능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느냐"며 야당의
폭로전과 언론의 대대적 보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본인(김재덕)이 부인하고 있음에도 제3자가 주장하는 것만을 그대로
수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김용태 비서실장과 강인섭 정무수석 등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할 얘기가
없다""모든 것은 당에서 얘기할 것이다"며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김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없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기본입장은 92년 대선자금을 당시 선관위에 신고한 것 이상으로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민자당 공조직에서 사용한 대선자금에 대한 대응은 기본적으로 민자당의
후신인 신한국당에서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대선자금이라는 것이 법정선거운동 기간에 사용한 돈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 사용한 통상적인 정당활동비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
그 개념부터 불분명하기 때문에 공개하려고 해도 실무적으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당활동비와 선거자금은 다르다"며 "법정선거운동 비용이
있고 정당활동비가 있는데 정당활동비는 모금방식에 하자가 없다면 무한대로
쓸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직후 선관위에 신고하는 것은 법정선거비용 한도내에서
공식으로 사용한 것뿐"이라며 "정당활동비까지 대선자금에 포함시킨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법정선거비용 한도내에서 사용한 정당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선자금을 일목묘연하게 관리하거나 정리한 사람이 없다"
며 "이런 상태에서 전모를 공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