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7일 한보청문회에서 증인신문에 앞서 진상규명보다 상대당
흠집내기 차원에서 설전을 재연.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국민회의 장재식
의원이 한보자금 30억원을 받아 김대중 총재의 아들인 김홍일 의원에게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신한국당 김학원 의원의 발언은 야당총수를 음해하기
위한 불순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

그는 "절로 터진 입이라고 막 얘기해도 되는냐" "한보청문회가 개최된뒤
최대의 모략"이라며 "삼원금속정밀 사장과 신한국당 대표가 연관이 있다는
우리당 김민석 의원의 발언보다 더 심하다"고 고성.

그러자 신한국당 김의원은 "세간에 의혹이 제기됐던 설을 사실확인 차원에서
물은 것인데도 동료의원에게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거북한 얘기를 막할수
있느냐"며 "장의원을 귀국시켜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한다"고 반박.

<>.특위위원들은 그간 청문회 증언대에 줄줄이 불려나왔던 증인들이
"중량급"인데 비해 이날 증인이 실무자급이라는 점을 중시, 지금까지 규명
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것을 은근히 기대.

그러나 제일은행 박일영 전 여신총괄부장이 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은데다
증언도중 더듬기까지 하자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은 "젊은 행원들이 진실
규명을 위해 스스로 나서서 진실만을 진술해야 하는데도 은행장 못지 않게
불성실한 답변을 하고 있다"고 역정.

맥없는 증언이 계속되자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은 박전부장이 한보측과
결탁한 것 아니냐며 사례비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추궁.

맹의원은 특히 박전부장이 힘없이 "사례비를 받지 않았다"고 답하자 이를
꼬집으며 "확실하냐"고 되묻기도.

<>.신한국당 맹형규 박주천 의원은 이날 박일영 전 부장에 대한 신문에
앞서 박전부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제일은행의 보고를 듣는 특위회의
에서 오후에 자리를 빠져나간 것을 두고 앞다투어 성토.

맹의원은 "왜 도망갔느냐"며 간단히 나무라며 질의에 들어갔으나 당시
박전부장을 찾았던 박의원은 수분간에 걸쳐 "거짓말 하지마라" "그렇게 살면
안된다"며 훈계.

이에 대해 박전부장은 "당시 동생이 아파서 부득이 자리를 뜨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박의원이 "공적인 일도 아니고 개인적인 일로 그러면 되느냐"며
계속 나무라자 잠시 울먹이는 표정을 짓기도.

<>.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와 서울대 상대 선후배 관계인 국민회의
김원길의원은 "검찰에 가서 야당의원들만 자료를 요구하고 돈받은 것처럼
진술할 수 있느냐"고 섭섭함을 표시.

김의원은 당시 "한보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은 사실은 한보가 아닌
제일은행이 걱정돼서 였는데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증인이 그럴수가
있느냐"며 한탄.

한편 신한국당 박주천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박 전 상무가 자신의
지역구민임을 강조하면서 "무조건적인 비판은 삼가야 한다"고 두둔해 눈총.

< 허귀식.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