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단순한 "연기"일까, 아니면 기약없는
"무기연기"가 될까.

북한이 11일오전 남북정상회담의 연기를 공식 통보해 옴으로써 이회담의
성사 여부에대한 관심이 새롭게 증폭되고 있다.

북측이 보내온 짧은 전문 내용만으로는 "연기"라는 표현의 진의를 알수
없는데다 우리정부 역시 "정상회담계속추진"의 원칙만 확인했을뿐 기존
합의사항에 대해 약간의 입장변화를 보일 소지가 전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갖기를 원한다"는 클린턴대통령
의 발언등 외신이 전하는 뉴스도 가지가지여서 국민들의 궁금증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수 있고 없고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북한의 태도"이다.

우리정부는 11일 이영덕총리의 국회답변을 통해 "일관성있는 대화추진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이홍구통일부총리 한승주외무장관, 그리고 전날까지만해도 "침묵"으로
일관해온 청와대당국자들도 유사한 발언을 잇따라 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기본입장이 이같이 정리되었음을 읽게 하기에 충분한 분위기 이다.

따라서 이제 관심은 북한이 전문에서 밝힌 "연기"라는 표현의 참뜻에
쏠리게 됐다.

순수한 의미의 "연기"라면 물론 "시간이 흐른뒤 다시 추진하자"는 뜻으로
해석될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무기연기, 즉 취소를 위한 수순으로 활용될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에대한 우리정부의 반응은 신중하다.

북한의 연기통보가 전해진 직후 청와대와 통일원관계자들은 "정상회담의
성사여부를 북한측 전문만으로는 단언할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으로서는 할수있는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본다"는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다시말해 북한은 김일성주석의 사망으로 물리적으로 25일의 평양회담을
성사시킬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연기"카드를 내밀었으며 시간을 갖고
입장을 재정리해 나올 것이라는게 우리측의 분석인 셈이다.

그런가운데서도 정부안에서는 북한이 김정일에 의한 권력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가까운시일내 회담을 재추진 하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같은 추측의 배경에는 대체로 다음 3가지 분석이 뒷받침되고 있다.

우선은 북한 새지도부의 권력안정을 위한 대외적 지지확보 필요성이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일본등 주요강국들은 김주석의 사망과 관계없이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새정권은 외국으로부터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도 남북대화를
무산시켜 고립의 길을 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이 처해있는 최악의 경제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식량난 에너지난등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남북한의
극단적 대립은 그 자체로 엄청난 부담이 될수 있다.

더구나 미국 일본등 서방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핵문제
해결과 함께 남북대화의 진전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새지도자 즉 김정일의 북한내 카리스마를 위해서도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절대적 추앙을 받아온 김일성주석이 추진해온 사안이다.

이를 원만하게 성사시킬 경우 새 정권은 북한주민들에게 권위와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긍정적 분석에 반대되는 가정도 얼마든지 생각할수 있다.

예컨데 북한내 권력구조가 불안해질 경우가 그 대표적이다.

북한 새정권이 체제유지를 위해서 핵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오판을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다시한번 짚어볼 사항이 있다.

그러면 우리정부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재추진하자고 할 경우 북한의
의사대로 따라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우리정부는 정상회담의 재추진 원칙만은 11일을 고비로 분명히
밝히고 나왔다.

그러나 그것이 장소를 평양으로 하고 기간을 2박3일로 하는등 김일성을
상대로 합의했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냐는데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이
없는 상태다.

고위 정부관계자들도 그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는 곧 장소등과 관련 우리측이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암시로 받아들일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한 모두의 분위기를 종합해 볼때 남북정싱회담의 장래는 역시 단언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워낙 가정할수 있는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이 "민족의 장래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말했듯이 이 회담에 거는 7천만 모두의 기대가 엄청나다.

이를 감안하면 다소의 진통이야 뒤따르더라도 결국은 성사될 것이라는
분석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시간이 언제인지, 추석이전이 될지 아니면 연말께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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