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29일 황낙주신임국회의장을 비롯, 새로 선출된 국회회직자
및 여야총무단등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했다.

이자리에서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신의 각오를 피력하고
이에대한 여야의원들의 조언을 구했다.

다음은 이날 오찬석상에서 여야의원들이 김대통령에게 건의한 내용을 중심
으로한 남북정상회담관련 대화 요지.

<>.김대통령=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서로 조건없이 하는 회담이기에 그만큼
신축성이 많고 정형화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떤의제로 어떻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을테니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십시오.

<>.조순승 국회상공자원위원장=정상회담 성사소식을 듣는순간 전서독의
브란트수상이 살아있었을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는 "동서독 정상들이 만났을때는 의제가 없이 만났다"며 "앞으로 한국
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의제없이 만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정상회담에서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하나의 원칙만을
확인하고 다음회담은 어디서 하자는 것만 결정했었다"고 하더군요.

대통령께서도 김주석을 만나면 핵해결같은 문제에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말고 큰문제만 원칙적으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관계장관들에게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영권 교육위원장=김일성주석을 북한의 적대적정권 창출자로만 보지
말고 민족성원의 일원이라는 감정으로 대하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가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울 것입니다.

<>.홍사덕 노동환경위원장=김주석과 만나면 맏형의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
합니다.

김주석은 대한민국에 요청할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민족은 소중하고
내가 맏형이라는 자세로 나가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큰진전을
볼수 있을 것입니다.

<>.홍영기 국회부의장=핵문제와 같은 크고 부담스러운 안건보다 가벼운
내용부터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신기하 민주당원내총무=정치나 경제등 민감한 문제가 주제로 떠오르면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회의가 될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민족동질성회복 문화교류등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오늘 만남이
내일의 만남으로 연결될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너무 민감한 문제부터 시작하면 오늘의 만남이 내일의 헤어짐으로 나타날수
있습니다.

<>.나웅배 외무통일위원장=남북정상회담소식과 함께 외무통일위원회의
인기가 상승한 느낌입니다.

남북정상이 처음 만난다는 것은 상호 신뢰구축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모임자체가 평화공존의 뜻을 담고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원칙만은 확고히
해야합니다.

북측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도 의도도 없다고 하겠지만 비핵화의지는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상천 보사위원장=핵문제가 국민의 최대관심사인데 두정상이 만나
가벼운 의제만 다룬다고 한마디도 안하게 되면 곤란합니다.

정상회담에서 꼭 어떤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목적을 갖지 않고, 또 핵문제
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핵에 대한 언급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대통령=90년 가을 브란트 전서독수상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동서독에는 수십만의 미국과 소련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데다 프랑스
영국등이 통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통일이 오히려 독일보다
쉬울 것이라고 분석하더군요.

그런데 그말을 듣고난후 3주일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우리의
통일도 예측할수 없습니다.

대통령취임후 남북관계에 여러가지 문제가 돌출했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을 보위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고민도 많았습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상 전례가 없고 따를 원칙이나 사례도 없어
더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여러분들이 초당적으로 지원해 주고 지혜를 모아주면 큰힘이 될 것입니다.

<>.황낙주 국회의장=대통령께서 평양에 가서 김주석을 만난다는것 자체가
역사적 대사건입니다.

회담의 성과에 너무 욕심갖지 말고 김주석을 만나서 정확한 남북현실과
북한의 의도만 파악해도 큰 진전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