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는 이제 최악의 상황을 설정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1일의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린 배경이 그래서였고
장장3시간에 걸친 회의장의 분위기 또한 그랬다.

청와대나 관련행정부의 기류도 지금까지의 "희망"적인 분석이나 "기대"
같은것들이 이제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이날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는 따라서 그동안 정부가 표명해온 북한 핵과
관련한 어떤 공식반응보다 단호하고 구체적인 것이었다. 김대통령이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둘 것"이란 표현을 덧붙였지만 주돈식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중 이 대목은 전혀 무게가 실려있지 않았다.

반면 이날회담에서 패트리어트미사일 한국배치와 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가
원칙적으로 확정됐다는 점은 강경으로 돌아선 우리정부의 자세를 읽기에
충분했다.

회의가 열리기 직전 레이니 미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클린턴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는 점도 심상치않은 대목이다. 북한에대한 경고와 대한
안보공약의준수 다짐으로 요약되는 친서내용은 역시 현실을 "최악"으로
보는 상황인식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보관계장관회의가 막
열리는 시간에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를 예고한만큼,당분간의
상황도 전혀 나아질것 같지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1일밤에 열린 IAEA특별이사회에서 북한핵문제를
UN안전보장이사회로 회부한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 열릴
안보리회의에서 북한에대한 어떠한 조치가 나올지는 속단할수 없지만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제재로 연결될 가능성은 클수밖에 없다.

한편 청와대등 일각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이 지경에 이르게된데 따른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남북회담장에서 북한대표들이"전쟁을 각오해라"
"서울은 불바다-"운운하게 된것이 정부의 나약하고 환상적인 통일정책에
기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이상 밀릴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도
단호한 결의와 대응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상대방에겐 또다른 분열로 비춰질 수 있다. 지금은
보다 냉정한 대응책 마련에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뜻있는
인사들의 지적이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