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 개입’ 발언은 한국 경제와 안보에도 큰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게 봐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침공할 때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물음에 “전례 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와 달리 미군 병력이 방어에 나서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이 40년 넘게 유지해온 대(對)중국 전략적 모호성 폐기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할 때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 때 직접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하나의 중국’을 용인해 대만은 독립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기류는 바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네 차례나 대만 방어 발언을 꺼냈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 폐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같은 말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믿기 어렵다.

대만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신냉전 대결의 발화점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등 중·러 정상은 반미(反美)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불렀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하나의 중국’을 흔드는 대만정책법을 가결, 대치 구도를 더 강화했다. 더욱이 시진핑 중국 주석은 장기 집권을 확정할 당 대회를 앞두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어 양국 갈등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미·중 간 경제·안보 등 전방위로 벌어지는 전략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점에서 대만과 닮았다. 중국이 한국에 추가 배치 금지 등 사드 3불(不)에 더해 사드 운용 제한까지 억지 요구하는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대만에서 미·중 충돌이 일어난다면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이 있고, 이는 북한의 도발 욕구를 자극해 안보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군사 충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만 해협만 봉쇄돼도 가뜩이나 고환율 등으로 코너에 몰린 우리 경제에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어 걱정이 크다. 미·중 갈등이 안보와 경제에 미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정교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